'숙성'을 '속성'으로 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비스포큰 스피릿의 위스키. /비스포큰 스피릿

21년산 위스키는 위스키가 배럴(숙성 통)에서 21년 동안 숙성했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 위스키와 맛도, 향도, 색도, 심지어 성분까지도 완전히 똑같은 술을 5일 만에 누군가 만들었다면 이 술을 뭐라 불러야 할까.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비스포큰 스피릿(Bespoken Spirits)’이 내놓은 ‘속성 제작 숙성 위스키’가 주류 업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재료 과학자 마틴 재누섹과 기업가 스투 애런이 세운 이 회사는 숙성된 위스키와 같은 맛과 풍미를 지닌 술을 빠른 속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술 전문가들도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상표를 가린 시음)에서 구별을 못할 정도로 진짜 위스키와 비슷한 맛이었다고 한다. 가격은 375mL 한 병에 약 35달러로 저렴한 편이다.

/비스포큰 스피릿

정통 위스키는 곡물을 발효·증류해 얻은 알코올을 참나무통 등 나무 배럴에 넣어 수년에서 수십년 숙성시켜 완성한다. 오랜 세월 나무의 성분이 알코올에 배어 들어 독특한 풍미를 낸다. 비스포큰은 특수한 기술을 활용해 나뭇조각에서 필요한 성분을 빠른 속도로 뽑아낸다. 이를 알코올에 섞는 방식으로 속성 위스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커피 원두에서 에스프레소를 얻는 방식과 비슷하다. 이 회사 애런 CEO는 “우리는 배럴에 알코올을 넣고 나무 성분이 스며들도록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대신, 나무 성분을 추출해 알코올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고급 위스키를 만들어낸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위스키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스카치위스키 협회는 성명을 통해 “제대로 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위스키’란 이름을 써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유럽에선 배럴에 3년 이상 숙성해야 ‘위스키’란 이름을 쓸 수 있다. 세계 증류주 시장 규모는 약 5000억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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