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초강세, 원화도 강세

위안화 강세 영향으로 원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4.1원 급락한 1160.3원에 마감했다. 올 1월 20일(1158.1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했던 지난 3월 중순보다는 9.8% 급락한 것이다.

지난 15일 1180선이 깨지더니 사흘 만에 1160선을 위협할 정도로 원화 환율이 최근 특히 가파르게 떨어지는 배경에는 중국 위안화 강세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폐허가 된 와중에 중국만 유일하게 ‘V자’ 반등을 시작하자, 그 영향으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긴밀한 교역 관계가 있는 한국 원화도 덩달아 뛰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이 빨리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당분간 중국 경제 독주가 계속돼 위안화·원화 동반 강세도 더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파른 위안화 강세… 중국, 내수 위주 경제로 전환

지난 6월 초만 해도 달러당 7위안이 넘었던 위안화 환율은 18일 장중 6.75위안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3개월 사이 위안화 가치가 4.5% 급등했는데,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1981년 이후 최대 폭등”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1달러=7위안’ 위로 떨어뜨리는 포치(破七) 전략을 쓰며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왔다. 미국은 이런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분류해 금수 조치를 내리는 등 위안화 약세는 미⋅중 무역 전쟁의 도화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손바닥 뒤집듯 정반대 상황이 됐다. 1분기 성장률 -6.8%를 기록한 중국이 2분기 성장률을 3.2%로 끌어올리며 급반등에 성공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8월 소매 판매가 플러스로 회복되는 등 여러 지표가 모두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G20 국가 중 중국만 유일하게 작년 대비 플러스 성장(1.8%)을 할 것으로 봤다.

반면 미국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2023년까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는 요인이다. 수출 주도 경제였던 중국이 코로나를 계기로 내수 위주로 경제 체제를 다지면서 정부가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위안화 따라가는 원화, “1150원대도 깨질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두 나라 경제의 상호 연관성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특히 코로나 이후 위안화-원화 동조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률을 추적해본 결과,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의 상관계수가 0.57로 1995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올 초만 해도 0.2 수준이었던 상관계수는 최근 들어 두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지표가 서로 완전히 같이 움직인다는 의미로, 위안화 환율이 오를 때 원화 환율도 같이 오르고 내릴 때는 같이 내리는 정도가 심화된 것이다.

이런 ‘스트롱 위안, 스트롱 원화’ 추세는 계속될까. 미국 골드만삭스는 향후 1년 내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6.7위안에서 6.5위안으로 조정했고,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6.3위안까지 낮춰 잡았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조만간 원·달러 환율 1150원대도 깨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원화 강세가 수출에는 분명 악재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는 늘어나기 때문에 자본시장엔 호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