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린(달러당 엔화 환율 상승) 주된 원인 중 하나였다. 2012년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을 목표로 막대한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 취임 이전 달러당 80엔대 중반이었던 엔화 환율은 아베 총리 재임 기간 100~110엔대에 머물렀다.

아베 총리가 지난 달 28일 지병(持病)으로 돌연 사퇴 의사를 발표하자 아베노믹스가 사라진 자리, 엔화의 향방에 관심이 끌리고 있다. 시장에선 이미 엔화 가치가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다. 엔고(高)의 시절이 돌아오는 것일까. Mint가 국내외 전문가 7명에게 물었다. “엔화 지금 사도 괜찮을까요?”

관저로 출근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 연구원

코로나 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금융 완화와 재정 지출 확대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의 정책 기조는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0년 가까이 아베노믹스 덕분에 내수가 조금이나마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차기 정권이 이를 포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후임으로 거론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친(親)아베 계열로 분류되기 때문에 아베노믹스의 정책 기조가 변할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일단 총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관망하기를 추천한다.

켄 청 미즈호은행 외환 전략가

연말에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3엔대로 떨어질 것(엔화 가치 상승)으로 전망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당분간 계속 더 많은 돈을 풀리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의 사퇴로 불확실성이 커져 엔화를 매입할 기회라고 판단한다. 다만,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급격하게 바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친(親)아베 인물이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려면 재정·통화정책을 더 확대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0엔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갈수록 더 많은 달러를 풀고 있는데, 이에 따라 달러 약세가 심해지면 상대적으로 엔화는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하반기에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흔들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 주요 10국 통화 중 엔화의 가치가 가장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오가와 가즈히로 도이치증권 외환영업부 디렉터

아베 정권의 핵심은 강력한 미·일 관계를 토대로 금융·통화 완화 정책을 착실하게 이행한 것이었다. 만약 차기 정권이 아베노믹스의 노선을 바꾸면 엔화 환율 방향에도 큰 영향이 생길지도 모른다. 차기 총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아직 걷히지 않은 데다 미국 대선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아베노믹스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더 많이 엔을 사들이며 엔화 가치가 상승하리라고 본다.

문남중 대신증권 수석연구위원

아베 총리가 사임해도 엔화 환율의 흐름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후임으로 선출된 총리는 현 여당(자민당) 내 주류 세력인 호소다파(派)의 지원을 받아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베노믹스를 계승해 정책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불확실성이 커져 강세처럼 보일 수 있지만,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

모로가 아키라 아오조라은행 수석시장 전략가

현재 차기 총리로 스가 관방장관이 유력시되고 있고,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도 현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있어 아베노믹스의 계승 가능성이 크다. 올해 안에 중의원이 해산되고 총선거를 실시할 가능성도 남아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

아베 총리 사임에 따른 정권 교체가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미국 대선 등 대외 변수나 미국 달러의 움직임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엔화 매수 권고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Mint의 결론

○:2명 △:1명 X:4명

아베노믹스의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연준이 막대한 돈을 풀고 있어 엔에 투자해도 괜찮다는 의견보단 아베 총리의 사퇴가 경제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못 미치기 때문에 ‘엔화 베팅’은 무리라는 전망이 우세! ‘아베노믹스가 뒤집힐 것인가’라는 질문엔 전문가 7명 모두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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