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로 자동차 전장 부품을 수출하는 A사는 최근 급등한 컨테이너선 운임 때문에 속앓이 중이다. 화물을 운송해주는 선사들이 일제히 연초 계약했던 운임보다 최대 30% 높은 운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5월 최악의 시기에서 벗어나 이제 수출이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인데, 운임이 급등하면서 수출을 해도 손해가 불어나는 황당한 상황인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상반기는 수출 물량이 줄어서, 하반기는 운임이 급등해 손실이 날 것으로 보여 암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글로벌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선사들이 연초에 계약했던 운임이 아니라, 최근 급등한 가격에 맞춰줄 것을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수출업체들 입장에선 계약한 물량을 납기까지 보내줘야 하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화물을 실어 보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국내 수출기업들은 선사와 연간 장기계약을 맺는다. 예컨대 연간 컨테이너 1000박스를 한국에서 미주로 나르는 데 박스당 1000달러에 운송하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이다. 장기계약을 하면, 화주는 안정적으로 수출물량을 공급할 수 있고 선사는 부침 없이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선사들이 코로나 영향에 따른 물동량 감소를 반영해 선박 운용 규모를 줄이면서 운임은 높이고 있다.
실제 2M, OCEAN, THE 같은 글로벌 해운얼라이언스(해운동맹) 등은 계획된 정규 서비스 선박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영국 해운전문 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감염 확산이 극심했던 지난 3~5월 선사들이 의도적으로 줄인 컨테이너선은 170척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2척)보다 운항 감소폭이 훨씬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 운임은 상승했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중국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 8월 말 기준 1263.26을 기록,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4월(818.16)보다 54.4% 올랐다.
운임 상승 덕에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은 대부분 역대급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는 매출이 6.5%가량 감소했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A)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독일 하팍로이드의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90% 증가했다. 일본 원(ONE)은 역대 최대 분기 순이익(1억6700만달러)을 기록했다. 미주 운임이 급상승하면서 만년 적자이던 우리나라의 HMM(옛 현대상선)조차 21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3분기에는 코로나 여파가 진정되면서 물동량이 회복되고 있지만, 선사들이 컨테이너 적재량을 늘리지 않고 운임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수출 기업들의 주장이다. 반면 선사들은 코로나 사태로 교역 규모가 과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박 운항을 무작정 늘릴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각국 수출입업계의 불만 제기에 급기야 미국과 중국 정부는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중국은 최근 글로벌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을 상대로 북미 항로의 운임 동향 조사를 진행하면서 대형 선사들에게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미국 법무부도 선사들의 선박 투입 축소에 대한 담합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기업들은 해상 운임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의 수출 쇼크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업이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경우, 수출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우리 수출는 작년 동기 대비 9.9% 감소한 396억6000만달러였고, 5개월째 300억달러대 수출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월수출 규모는 400억~500억달러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