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 지금까지는 차량의 주행 거리와 에너지 효율 등 성능만 충족하면 보조금을 줬지만, 앞으로는 해당 제조사가 한국 산업 현장에 얼마나 기여하고 사후 관리에 투자했는지를 따져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도 투자와 고용에는 인색했던 테슬라 등 일부 수입차 업체들로선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전기차 보급 사업 수행자 지정을 위한 평가 기준’을 확정했다. 평가 항목은 ▲기술 개발 ▲산업 기여도 ▲지속 가능성 ▲안전 관리 등 총 7개 분야 17개 항목이다. 특히 점수 비중이 큰 항목들이 수입차 업체엔 만만치 않은 조건들로 채워졌다.
예컨대 기술 개발(10점) 항목은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진행한 전기차 관련 R&D(연구개발) 금액과 국내 특허 수를 따진다. 산업 기여도(20점)는 국내 부품사와 협업했는지, 기술 이전이나 산학협력을 진행했는지가 기준이다. 지속 가능성(15점)은 국내 고용 현황과 AS 센터 인력을 점수화한다. 연구소나 생산 기지 없이 판매에만 집중해 온 수입차 업체들로선 고득점이 쉽지 않은 구조다.
업계의 시선은 테슬라로 쏠린다.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에서 약 6만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 국내 생산기지를 둔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한국GM을 제쳤다. 특히 중국 상하이 공장 생산 물량을 대거 할인해 들여오며 약 2000억원의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챙겼지만, 국내 산업 기여나 사회 공헌은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면 ‘보조금 삭감’이나 ‘지급 대상 제외’라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BYD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테슬라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보조금을 받고 싶다면 그만큼 한국 내 AS 망을 확충하고 부품 협력사와 공동 연구를 하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기여’를 높이라고 압박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이번 평가가 보조금만 받고 국내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사후관리가 부실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기업을 배제하려는 예방 차원이며, 특정 브랜드를 배제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국산차라도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면 감점 대상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