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콕 국제 모터쇼 2026'에서 6~7인승 전기 MPV(다목적 차량) M6 등 중국 비야디(BYD)의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중국 비야디(BYD)가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 업체’에 올랐지만, 정작 수익성과 점유율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매출과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전년 대비 19% 줄어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에 접어들면서다. 올 들어 중국 시장 내 점유율도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판매량 확대를 위해 가격을 낮춘 전략이 수익성 급락으로 이어지며 ‘많이 팔수록 남는 게 없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겪는 불가피한 성장통이라는 시각과, 내수 경쟁 심화 속에 해외 확장을 공격적으로 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中 지리차에도 밀렸다

3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BYD의 올해 1~2월 중국 내수 점유율은 7.1%(19만1000대)로 집계됐다. 2022년 7.7%에서 2023년 11.5%, 2024년 15.5%까지 치솟았던 점유율은 지난해 14.4%로 소폭 꺾인 뒤 급격히 하락한 수치다. 전성기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은 셈이다. 작년까지 분기마다 앞서던 지리자동차에도 올 들어서는 판매량이 10만대 가까이 밀리며 1위 자리를 내줬다.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BYD의 지난해 순이익은 326억위안(약 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9% 줄었다. 시장 예상치(354억위안)를 밑도는 수준이다. 판매량은 226만대로 테슬라(164만대)를 앞섰고, 매출도 8039억위안으로 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매출 증가율은 3.5%에 그쳐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직원 수도 1년 사이 10% 줄며 구조조정 압박까지 커지는 분위기다.

왕촨푸 BYD 회장. /BYD

이 같은 부진의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극단적인 가격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까지 이른바 ‘내권(內卷·제 살 깎아 먹기)’이라 불리는 출혈 경쟁 속에서 가격을 계속 낮춰왔다. BYD 역시 평균 판매 가격 약 2600만원 수준의 저가 모델을 앞세워 물량 확대에 나섰지만, 수익성 방어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지난 28일 “BYD가 할인 경쟁을 통해 판매량에서는 테슬라를 넘어섰지만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도 직격탄이 됐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자동차 산업 정책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BYD를 비롯한 저가 전기차 중심 업체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권고 수준에 그쳤던 ‘전기차 에너지 효율 기준’이 의무화되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생산·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특히 경차일수록 기준이 더 엄격해져, 보급형 모델 비율이 높은 BYD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보조금 체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는 낡은 소비재를 새로 바꾸자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자동차 시장에서는 저가 차량을 퇴출시키고 산업을 고도화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저가 차량일수록 혜택이 줄어들었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기존에 전기만으로 43㎞를 가도 보조금을 받았지만, 이젠 100㎞ 이상 주행할 수 있어야 보조금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시걸(Seagull)’ 등 BYD의 기존 저가 모델 상당수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격’에서 ‘기술’로

중국 내수 시장이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BYD가 연구·개발(R&D)에 과도한 비용을 쓰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BYD는 지난해 연구·개발에만 전년 대비 17% 증가한 634억위안(약 1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순이익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에는 5분 충전으로 400㎞를 갈 수 있는 ‘수퍼 e-플랫폼’을 내놓은 데 이어, 올 1월에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1000억위안(약 2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프모터, 샤오펑, 니오 등 중국 내 경쟁사들이 스마트 기능과 자율 주행 등에서 발 빠르게 추격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공격적인 기술 개발로 단기간에 격차를 벌리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10월(현지 시각) 중국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이 브라질 카마사리 전기차 공장 준공식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1400만번째 친환경차 ‘송 프로’를 전달하고 있다. 이 공장은 비야디가 아시아 외 지역에 세운 최대 규모 생산 기지다. /BYD

해외 진출 전략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직접 대형 자동차 운반선 선단(船團)을 발주·운영하고, 헝가리·브라질·태국 등지에서 현지 생산 거점을 동시에 구축하면서 물류·건설 비용이 폭증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BYD는 해외 진출 속도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내수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만큼,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연 확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수·합병과 브랜드 리뉴얼 등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제도 변화와 내수 경쟁 심화로 소형·저가 시장은 위축되고, 업체들은 신흥국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며 “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한 브랜드 재정립과 인수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