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보조금 제도 개편으로 구매 문턱이 낮아진 데다 브랜드별 가격 인하 경쟁과 다양한 신차 출시가 맞물리면서 통상 비수기인 2월에 이례적인 폭증이 나타났다.
2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3만5693대로 작년 2월(1만3128대) 대비 172% 급증했다. 종전 월간 최대였던 작년 9월(2만8519대)을 25% 웃도는 수치다. 같은 달 휘발유차와 경유차 신규 등록은 각각 27.8%, 57.1% 줄었고 하이브리드도 10.4% 감소했다. 통상 2월은 영업일이 적어 판매가 줄어드는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판매의 강세는 이례적인 흐름이다.
전기차 판매 급증의 가장 큰 배경은 보조금 제도 개편이다. 올해 처음 도입된 ‘전기차 전환 지원금’은 3년 이상 된 내연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살 경우 최대 1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작년 9월부터, 지자체 보조금 없이 국비만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것도 영향이 컸다. 보조금 지침 공고가 예년(2~3월)보다 두 달 빠른 1월 초에 나오면서 소비자들 간에 선점 경쟁도 벌어졌다. 이날 기준 전국 160개 지자체 중 29곳은 이미 배정 물량이 소진됐거나 한 자릿수 잔여분만 남아 있다. 3월에도 비슷하거나 더 높은 판매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보조금의 힘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시장조사 기관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110만대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연방 세액공제를 폐지한 미국은 올해 1~2월 누계 기준 전년 대비 36% 급감했다. 반면 신규 보조금을 도입한 독일(+26%)과 기존 제도를 유지한 프랑스(+30%), 이탈리아(+98%)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작년보다 172% 폭증
테슬라발(發) 가격 인하 경쟁도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가 지난해 말 모델3 퍼포먼스를 940만원 내리자 기아는 EV5 롱레인지와 EV6 가격을 각각 280만원, 300만원 낮췄다. 현대차도 이달 중 아이오닉5·6·9, 코나 일렉트릭을 계약 구매하는 고객에게 100만원 할인 혜택을 제시했다. 중국 BYD도 2450만원부터 시작하는 전기차 ‘돌핀’으로 저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신차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 PV5는 2월에만 1만4488대가 팔리며 국내 단일 전기차 모델 최초로 월 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여객·화물·소상공인 배송용 등 다양한 용도별 모델을 잇달아 출시한 효과다. 브랜드별로는 기아(1만4699대·41.2%)와 현대차(8944대·25.1%)가 전체 신규 판매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중동 불안에 전기차 수요 기대
호르무즈 봉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고차 플랫폼 첫차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한 달간 친환경 중고차 구매 문의가 전달 대비 24% 증가했다.
다만 보조금 조기 소진에 따른 수요 선점 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예산 소진 이후 판매 반락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KAMA도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독일·영국 등 주요국이 보조금을 확대하거나 재도입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연초임에도 일부 지자체 보조금이 조기 소진되고 있어 추가 공고 및 추경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