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현재, 올해 자동차 시장은 쉽사리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내수 침체 조짐이 이어지는 가운데, 2월 말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 여파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변수다. 휘발유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가뜩이나 내수 침체 조짐이 강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더 움츠러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테슬라와 BYD의 중국산 전기차 공세도 연초부터 거세다. 국내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브랜드들은 과연 어떤 제품을 앞세웠을까. 본지 조사에 따르면 ‘가성비’와 ‘차별화’란 양대 키워드로 무장한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 2월 출시한 기아의 소형 SUV 셀토스 하이브리드가 주역 중 하나다. 셀토스는 2019년 1세대 모델 출시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33만대 이상 판매된 국내 소형 SUV 시장의 최고 인기 모델이다. 이번에 풀체인지(완전 변경)를 통해 2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처음 하이브리드 제품이 추가됐다. 1.6L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해 최고 141마력을 내고, 스마트 회생 제동 등을 활용해 복합 연비가 최대 L(리터)당 19.5㎞에 달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바람을 타고 현대차그룹도 올해 셀토스를 비롯해 싼타페·쏘렌토·팰리세이드 등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해 고유가 흐름에 대응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고급차 브랜드도 한층 더 실속 있는 제품들로 시장을 공략한다. 레인지로버는 2026년형 ‘레인지로버 스포츠 P550e 다이내믹 HSE’를 통해, 한 번 충전하면 최대 80㎞를 다닐 수 있는 충전식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앞세운다. 미국의 링컨은 ‘노틸러스 하이브리드’가 대표 주자다. 국내 첫 출시되는 링컨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중형 SUV이지만 복합 연비가 L당 11.9㎞에 달한다. 볼보의 경우 소형 전기 SUV EX30을 연초부터 최대 761만원 파격 할인하며 가성비 승부에 불을 붙였다. 보조금 반영 전 가격이 3991만원까지 내려가 이미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 디자인 등으로 차별화해 고유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려 시장을 공략하는 브랜드도 많다. BMW와 포르셰는 완전히 새로운 신형 전기차를 나란히 내놓는다. BMW는 중형 전기 SUV ‘iX3’가 주역이다.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새로운 클래스)’라고 이름 붙인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첫 양산차다. 한 번 충전했을 때 최대 805㎞(유럽 기준)를 달린다. 포르셰의 경우 가장 많이 팔리고 인기도 높은 SUV 카이엔의 전기차 모델을 올 하반기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글로벌에서 100만대 이상 팔린 모델로, 순수 전기차 출시가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차의 효율에다 강력한 성능까지 갖췄다.
한국GM은 대표 제품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새롭게 디자인한 ‘RS 이그나이트 에디션’으로 차별화했다. 고성능 트림(세부 모델) RS에 다채로운 색을 더한 일종의 한정판 같은 모델이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초 출시한 필랑트(FILANTE)를 앞세운다. 세단과 SUV의 특징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모델이란 개성이 차별화 포인트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1월 고성능을 앞세운 ‘메르세데스-AMG GLS 63 4MATIC+’를 출시했다. 플래그십 SUV인 GLS에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가 가진 기술력을 결합한 모델이다. 폴크스바겐은 반대로 탄생 50주년을 맞은 친숙한 해치백 골프의 고성능 모델인 골프 GTI를 전면에 내세웠다. 강력한 성능과 아담한 차체를 갖춘 이른바 ‘핫 해치(hot hatch)’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