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소니·혼다 모빌리티 최고경영자(CEO)인 야스히데 미즈노가 새 전기차 아필라(AFEELA)의 콘셉트카를 소개하는 모습. /뉴스1

일본 소니그룹과 혼다가 손잡고 2022년 출범한 ‘전기차 합작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산됐다. 일본 대표 전자 기업과 자동차 기업의 합작 연합으로 주목받았지만, 결국 전기차 수요 둔화와 개발 비용 부담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소니와 혼다가 2022년 공동 출자해 설립한 전기차 합작사 ‘소니·혼다 모빌리티’는 전기차 개발과 판매 계획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예약 판매를 진행했던 첫 모델인 ‘아필라 1’ 출시를 취소하고, 2028년 이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던 후속 모델도 모두 접기로 했다.

아필라 1은 2023년 공개 당시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차다. 소니의 디지털 기술과 혼다의 차량 설계·생산 역량을 결합해 기존 자동차와 차별화된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만들자는 구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당초 올해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었고, 판매 가격도 최소 8만9900달러(약 1억3500만원)로 책정됐다.

하지만 출범 후 전기차 시장 환경이 급변한 것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개발 비용이 급증하면서다. 혼다는 지난해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최대 6900억엔(약 6조5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면 창사 이후 69년 만의 첫 적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혼다는 이미 북미에서 만들기로 한 전기차 3종 개발도 중단한 상태다. ‘혼다 0 SUV’ ‘혼다 0 살룬’ ‘아큐라 RSX’ 등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는 모두 개발이 보류됐다. 여기에 아필라 출시 무산까지 겹치면서, 일본 전기차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순수 전기차(BEV) 시장에서는 여전히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닛케이도 “비야디(BYD)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반면, 일본 업체들의 대응은 뒤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