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의 농구 스타디움 BMW 파크에서 BMW의 7세대에 걸친 3시리즈 차량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조재현 기자

18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의 농구 경기장 ‘BMW 파크’. 1975년 첫 출시 후 지금까지 7세대에 걸쳐 BMW의 역사를 만들어 온 ‘3시리즈’ 차량 7대가 차례로 등장해 코트를 가득 메웠다. 이내 차량들이 하나둘 퇴장하더니, 날카로운 헤드라이트를 단 신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나타나 코트를 한 바퀴 훑었다. 장내 조명이 일제히 이 차를 비추는 순간, BMW가 차세대 전동화 전략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새로운 클래스)’의 핵심 모델로 내세운 순수 전기 세단 ‘더 뉴 i3’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장면은 51년간 이어져 온 BMW의 상징 ‘3시리즈’의 계보가 전기차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형 i3는 BMW의 대표 세단인 3시리즈에서 탄생한 첫 순수 전기차다. 테슬라 모델3가 주도하고 있는 프리미엄 전기 세단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2021년 ‘노이어 클라쎄’ 비전을 선포한 BMW가 지난해 공개한 전기 SUV에 이어 세단까지 선보이며, 전동화 라인업의 핵심적인 두 축을 완성했다는 의미도 크다.

18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 BMW 파크에서 '더 뉴 i3'가 처음 공개되는 모습.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이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조재현 기자

◇SUV 이어 세단까지…‘노이어 클라쎄’ 두 축 완성

이날 공개된 신형 i3는 BMW가 전기차 시대에 맞춰 새로 설계한 기술과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모든 노하우를 집약한 ‘노이어 클라쎄’ 기반 첫 전기 세단이다. BMW는 지난해 전기 SUV iX3를 공개하며 노이어 클라쎄의 첫 양산 모델을 선보였고, 이번 i3로 그 라인업을 세단까지 확장했다. iX3가 SUV 부문의 대표 모델이라면, i3는 세단의 구심점을 맡는다. BMW는 앞으로 이 두 차종을 기반으로 향후 수년간 출시될 차세대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더 뉴 i3을 소개하는 올리버 집세(오른쪽) BMW 그룹 회장과 아드리안 반 호이돈크 BMW 디자인 총괄. /BMW

BMW가 이날 전 세계 270여 개 매체를 불러 모아 대규모 행사를 연 것도 이런 상징성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노이어 클라쎄’라는 이름 자체가 BMW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1960년대 BMW는 극심한 경영난 속에서 중형 세단이자 3시리즈의 전신인 ‘BMW 1500’ 등을 포함한 신형 라인업을 ‘새로운 클래스’라는 의미의 ‘노이어 클라쎄’로 명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를 계기로 회사는 회생에 성공했고, 1970년 판매량은 10년 만에 3배로 늘었다. 3시리즈로 이어지는 BMW의 핵심 세단 계보도 이때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약 60년이 지나 전기차 전환을 앞둔 지금, BMW가 ‘노이어 클라쎄’를 다시 꺼내 힘을 주고 있는 것은 그때만큼 획기적인 도약을 다시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에서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오늘 우리는 BMW의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며 “새로운 3시리즈는 역사에 속한 차가 아닌, 역사를 만드는 차”라고 말했다.

◇주행 거리 ‘마의 700㎞’ 벽 깰까

신형 i3의 가장 큰 특징은 주행 거리다. 유럽 WLTP 기준 최대 900㎞에 가까운 주행이 가능하다. 이날 미디어 공개 행사에서도 ‘최대 900㎞’라는 스펙이 공개되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800V 전압 시스템과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해 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단 10분간 400㎾급 급속 충전을 하면 최대 400㎞를 달릴 수 있다. 이대로면 비교적 까다로운 국내 인증에서 700㎞ 안팎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8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 BMW 파크에서 공개된 더 뉴 i3의 모습. /조재현 기자
18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 BMW 파크에서 공개된 더 뉴 i3의 모습. /조재현 기자

외관부터 기존 BMW 전기차와 크게 달라졌다. BMW의 상징과 같은 전면부 ‘키드니 그릴(신장 모양의 그릴)’은 미래차 이미지를 주는 좁고 길쭉한 조명으로 변모했다.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 BMW 디자인 총괄은 “수평적 형태로 새롭게 해석한 전면 디자인은 스포티 세단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것”이라며 “노이어 클라쎄는 BMW 전체의 디자인과 감각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내 디자인도 크게 달라졌다. 운전석 앞 계기판이 사라지고, 전면 유리 하단과 대시보드 상단을 따라 길게 이어진 스크린이 전면을 가로지른다. 기어 상태와 주행 거리, 속도, 날씨·시간, 위치, 방위 등 차량 운행과 관련된 정보가 하나의 화면에 통합 표시되는 구조다. 운전자가 시선을 크게 이동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으로, 노이어 클라쎄가 선보이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기능 중 하나로 꼽힌다.

더 뉴 i3 실내. /BMW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기모터를 탑재한 사륜구동 구조는 최고출력 469마력, 최대토크 645Nm의 성능을 낸다.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 조향, 회생 제동 등 주행 기능을 하나의 고성능 컴퓨터로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 ‘하트 오브 조이(즐거움의 심장)’도 탑재됐다. 기존보다 최대 10배 빠른 속도로 전기차의 가속과 제동, 조향 등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신형 i3는 BMW 본사가 있는 독일 뮌헨 공장에서 오는 8월부터 양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모델을 테슬라 모델3가 장악해 온 프리미엄 전기 세단 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 될 것으로 본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2021년 노이어 클라쎄 선언 이후 준비해 온 전동화 전략이 이제 SUV와 세단의 두 축을 갖추게 된 것”이라며 “그 한 축인 i3의 성패가 BMW 전기차 전략 전체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