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위 자동차 기업인 혼다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상장 후 69년 만에 처음으로 회계연도 기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혼다는 지난 12일 지난해(2025년 4월∼2026년 3월) 최대 6900억엔(약 6조4000억원)의 당기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기차 전환 전략의 실패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혼다는 지난 2021년 “2040년부터는 내연차를 한 대도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로 100% 전환하겠다는 뜻이었다. 테슬라가 2020년 모델Y를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자, 다수 자동차 기업들은 그 무렵 전기차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닥치면서 전기차 수요가 예상만큼 늘지 않은 탓에 내연차나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으로 돌아서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혼다 역시 이날 북미 현지 공장에서 생산 예정이던 전기차 3종 개발을 중단하기로 하고 투자비 등을 손실 처리했다.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전략도 바꾸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가 난 것이다. 개발 중단한 3종은 혼다 0(제로) SUV, 혼다 0세단, 아큐라 RSX로 작년 1월 CES에서 처음 공개한 제품들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양산 준비가 임박한 상태에서 개발을 중단해 손실이 더 컸을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혼다는 또 실적 부진이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도입한 미국 관세와 중국차와의 경쟁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독일 BMW도 비슷했다. BMW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약 246만대로 2024년보다 판매량이 0.5% 늘었는데,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이 62억5900만유로(약 10조7400억원)로 같은 기간 21%나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3%였다. BMW는 “중국에서 판매량이 약 13% 줄어드는 등 치열한 경쟁 탓이 크다”면서 “미국 등의 관세 영향을 받아 영업이익률이 1.5%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