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지난 6일 미국 ‘빅3’ 자동차 기업 포드의 대표 차량 중 하나인 전기 SUV ‘머스탱 마하 E’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의 ‘아이온 에보(iON evo)’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 차의 고성능 트림(세부모델)인 ‘GT 퍼포먼스’ 트림의 경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3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 성능을 갖췄다. 차의 이런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타이어는 그간 포드와 기술 협력을 하며 이 차의 신차용 타이어를 개발해왔다.

한국타이어가 전기 SUV용 타이어를 공략한 이 장면에는 최근 뚜렷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타이어 ‘빅3’(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의 전략이 압축돼 있다.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해 일제히 사상 최고 수준 매출을 기록했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최근 수년 간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SUV 인기와 전기차 전환이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브라질에서 열린 한국타이어가 후원하는 전기차 레이스 ‘포뮬러E’ 시즌12 개막전에서 이 회사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 제품을 장착한 차량들이 경주를 벌이고 있다. 전기차 타이어는 SUV용 고인치 타이어와 더불어 한국 타이어 기업들이 최근 기록적인 매출 실적을 낸 핵심 요인 중 하나다.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타이어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9.6% 증가한 10조3186억원을 기록했다. 이 부문 매출이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금호타이어도 매출이 전년 대비 3.7% 늘어난 4조710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넥센타이어도 처음으로 3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바로 SUV에 주로 쓰는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와 전기차용 타이어 판매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운 배터리를 싣고 달리는 전기차와 덩치가 큰 대형 SUV는 타이어가 견뎌야 하는 하중이 보통의 경우보다 훨씬 크다. 특히 전기차는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강한 힘(토크)을 견디기 위해 바닥을 꽉 움켜쥐는 접지력이 뛰어나야 한다. 엔진 소음이 없고, 진동도 작은 만큼 차가 달릴 때 노면과 부딪히는 소리를 줄여주는 소음 방지 기술도 필수적이다. 이처럼 고도의 기술이 압축되다 보니, 일반 타이어보다 가격이 20~30%가량 비싸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을 늘리면서도 수익성이 좋은 상품이다.

한국타이어는 전체 매출에서 전기차 타이어 비율이 2024년 22%에서 작년 27%로, 금호타이어도 같은 기간 이 비율이 16.3%에서 20.4%로 커졌다. 고인치 타이어도 마찬가지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판매한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매출액의 절반에 가까운 47.8%가 고인치 타이어였다. 2023년 44%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는 50%를 넘길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고인치 타이어 비율이 각각 43.2%, 38.3%로 증가세다.

여기에 최근 원화 약세로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익성을 이어가는 게 관건이다. 3사 모두 지난해 매출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난관은 미국의 자동차 부품 ‘관세 폭탄’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해 한국산 타이어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타이어 3사가 미 당국에 추가로 낸 관세 비용만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3사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생산을 늘려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