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타이틀을 지켜온 중국 BYD(비야디)가 안방 시장에서 주춤하는 사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함께 판매하는 지리자동차가 판매량에서 앞서는 이변이 나타난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중국 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흐름 속에, 전기차에 ‘올인’한 브랜드와 내연차·하이브리드를 병행한 브랜드의 전략 차이가 실제 판매 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 중국 CNEV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 내수 시장에서 지리차는 47만6327대를 판매하며 BYD(40만241대)를 약 7만6000대 차이로 앞섰다. 지리차가 두 달 연속으로 BYD를 제친 것은 BYD가 내연차 생산을 중단하기 직전인 202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BYD가 62만3384대를 판매해 지리차(47만1647대)를 약 32% 앞섰지만, 올 들어 BYD 판매가 약 36% 줄면서 순위가 역전됐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둔화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고 구매세 면제 혜택을 종료하면서, 전기차 구매 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에만 집중하는 BYD의 전략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춘절 연휴로 생산·소비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점을 감안해도, BYD의 판매 감소 폭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지리차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차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유지했다. 소형 해치백 ‘싱위안’과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 등을 중심으로 핵심 차종을 단순화해 판매를 끌어올린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 1~2월 지리차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1만6000여 대 줄었지만,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3만8000대가량 늘었다. 전기차 판매 감소분을 하이브리드차가 상당 부분 상쇄하고 넘어선 것이다.
격화하는 중국 내수 경쟁 여파로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이 해외로 쏟아져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저가 전기차 공세를 강화하면 점유율 경쟁이 한층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