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매장마다 제각각이던 ‘고무줄 할인’이 사라진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 진출 23년 만에 직판제 실험에 나서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중순 도입되는 이 제도는 본사가 직접 가격 정책을 주도하고, 딜러사는 판매 중개와 고객 서비스에 전념하는 구조다. 테슬라 등 신생 전기차 브랜드가 아닌 전통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직판제로 전환하는 것은 처음이다. 직판제 하에서 딜러사는 일종의 대리점 역할을 하며 제품 설명 및 차량 인도, 각종 서비스 등을 맡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 10일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사장을 만나 수입차 시장의 새로운 게임 룰이 될 직판제에 대해 물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벤츠코리아 본사에서 마티아스 바이틀 사장이 1886년 나온 세계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 모형을 들고 있다. 올해는 벤츠가 이 차를 선보인 지 140년이 되는 해다. /박성원 기자

Q1. 직판제, 왜 지금인가?

“과거 한국 소비자들은 차 가격부터 물어봤다. 이제는 브랜드 가치와 성능 등도 꼼꼼하게 본다. 고급차 소비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그래서 딜러들이 가격 흥정에 매달리는 대신 차량 성능과 가치를 설명하고 서비스 경험을 개선하는 데 100% 집중하게 하려는 것이다. 벤츠는 최근 본토인 독일을 비롯해 영국·스웨덴·튀르키예·호주 등 12개국에서 직판제를 도입했는데, 고객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종전에는 벤츠 한국 법인이 차량을 국내에 들여오면 한성자동차·HS효성더클래스 등 딜러사 11곳이 도매로 매입해, 각자 소매 가격을 정해 고객에게 판매했다. 가격이 제각각이었고 서비스도 딜러에 따라 차이가 났다. 과거에는 딜러 간 공격적인 할인 경쟁으로 신차는 싸게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중고차 가격이 너무 빠르게 떨어져 소비자에게 피해가 생기는 한계도 있었다.

Q2. 소비자 입장에서 차 가격이 오른다는 지적이 있다.

“어떤 딜러를 만나느냐에 따라 차 가격이 달라지는 게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직판제 도입에 맞춰 온라인 주문도 받는다. 어디서 사든 차 가격이 동일하다는 ‘일관된 가격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특히 한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다. 우리가 직판제를 도입해 차 가격을 올리거나 고객 혜택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Q3. 딜러들은 불만이 있을 것 같다.

“벤츠 같은 고급차를 사는 고객은 지금도 직접 전시장을 찾아 차를 보고, 딜러를 만나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설명을 듣는다. 직판제가 도입돼도 딜러는 서비스 등의 측면에서 활약하며 벤츠의 ‘백본(backbone·근간)’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차별화의 기준은 달라진다. 이제는 차 가격 할인이 아니라, 어떤 딜러가 얼마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것이다. 최근 2년간 영국·호주 등에 국내 딜러사를 보내 달라지고 있는 현장을 보게 했다. 딜러 공감대도 매우 높다고 본다.”

Q4. 올해 벤츠의 승부수는?

“올해 벤츠코리아는 신차를 대거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선보이는 대표 제품인 부분 변경 신차 ‘S클래스’를 포함해 연내에만 신차 10종이 준비돼 있다. 또 한국 수입차 시장은 이제 대형 고급차뿐 아니라, 중소형 고급차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중소형급 SUV GLB와 GLC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다.”

Q5.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내놓는데, 자율주행에서 뒤처진 건 아닌가.

우리의 답은 하나다. ‘안전 우선(Safety first)’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정부 규제와 제도 개편을 기다려야 해 그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물론 한국이 안전에 집중하는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에 더욱 개방적이었으면 한다. 자율주행은 위험을 키우는 게 아니라 안전을 강화하는 기술인 만큼, 이젠 건설적 대화를 시작할 때다.

Q6. 전기차 속도 조절, 벤츠도 가세할 건가.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는 더 공격적으로 출시할 거다. 내년 말까지 내놓으려는 40종 이상의 신차 가운데 상당수가 전기차다. 물론 한국은 100% 전동화 시대로 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거라고 본다. 그래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내연차도 2030년대 후반까지는 병행할 계획이다. 올해 신형 CLA를 순수 전기차로 먼저 내고, 하이브리드를 이어서 출시하듯 고객이 전기차를 원하면 전기차로, 내연차를 원하면 내연차로 답하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