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1회 충전당 주행거리 ‘600㎞’를 넘기는 순수 전기차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긴 모델은 현대차의 중형 전기 세단 ‘더 뉴 아이오닉6 롱레인지’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68㎞를 달릴 수 있다. 그 뒤를 테슬라 모델3 프리미엄 롱레인지(551㎞), 기아 중형 세단 EV4 롱레인지(549㎞) 등이 잇고 있다.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600㎞를 넘는다는 것은 현재 기록을 경신하며 전기차 기술이 그만큼 개선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서울시청에서 부산시청까지 차로 간다고 가정할 경우 주행거리는 약 400~420㎞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600㎞ 주행거리는 에어컨이나 히터 등을 틀거나 일일이 배터리 잔량을 의식하지 않아도, 웬만한 국내 여행이나 출장을 가는 운전자에게 더 큰 여유를 주는 수준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 없고, 구동 모터 역시 구조나 성능에 큰 차이가 없어 차별화하는 데 한계가 크다. 결국 배터리 기술과, 차체 디자인과 경량화 등에서 얼마나 높은 수준을 구현했느냐가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셈이다. 해마다 전기차 주행 거리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긴 '톱3' 차량들. 위에서부터 현대차 신형 아이오닉 6, 테슬라 모델3, 기아 EV4. 세 차량 모두 세단으로, 차고가 낮고 공기 저항이 적어 주요 트림(세부 모델) 제품들이 SUV 차량들보다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더 길었다. /현대차·기아·테슬라

◇세단·쿠페가 더 멀리 달린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가운데, 주행 거리 상위 10개 모델의 절반은 세단·쿠페형이다. 9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주행 거리 1~3위인 신형 아이오닉6 롱레인지, 테슬라 모델3 프리미엄 롱레인지, 기아 EV4 롱레인지 등은 배터리 용량이 비슷한 다른 중형 SUV 차량보다 더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길다. 82~84㎾h(킬로와트시) 안팎의 비슷한 배터리 용량을 갖춘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523㎞)보다 45㎞, 아우디 Q4 45 e-트론(406㎞)보다도 160㎞ 이상 더 달릴 수 있다.

단순하게 보면 배터리 용량이 크면 그만큼 에너지가 많아 멀리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세단이나 쿠페는 상대적으로 차고가 낮고 공기 저항이 적어, 같은 배터리 용량을 갖춘 SUV나 크로스오버보다도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또 같은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함께 결합해 전기차 주행거리 차이를 낸다.

수입차 중에서도 고급 전기차들이 500㎞를 웃도는 주행거리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BMW는 최대 543㎞를 달릴 수 있는 준대형 SUV iX xDrive60을 지난해 선보였고, 포르셰 타이칸은 트림에 따라 최장 515㎞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마의 600㎞’ 고지 넘을까

국내 판매 중인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가득 주유했을 때 최대 800~1000㎞까지 달릴 수 있다. 전기차는 아직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속속 주행거리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차 소식이 들리면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예컨대 유럽 기준(WLTP)으로는 800㎞를 넘긴 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에서 처음 공개된 볼보의 전기 SUV EX60은 WLTP 기준 810㎞를 기록했다. 수백 개 부품으로 이뤄진 차체를 하나의 주물로 찍어내는 ‘메가 캐스팅’ 공법으로 무게를 15% 이상 줄인 게 주효했다. BMW의 SUV iX3 역시 WLTP 기준 최대 주행거리가 800㎞에 이른다.

다만 한국은 주행거리 측정 면에서 유럽보다 더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 1위 신형 아이오닉6 롱레인지의 경우 한국에선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68㎞이지만, WLTP 인증은 680㎞라는 게 이를 보여준다. 도심, 고속도로, 급가속, 에어컨 가동(고온), 히터 가동(저온) 등을 모두 테스트하는 등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여파다. 하지만 이 계산으로도 WLTP 800㎞ 이상이라면 국내에서는 600㎞ 이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올해 어떤 차가 신기록을 세울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