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의 한 자동차 전시장에 테슬라 모델3(왼쪽)와 모델Y가 전시돼 있다. /뉴스1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한국에서 판매되는 주력 모델 가격을 최대 940만원 낮췄다. 이에 따라 모델3의 고성능 퍼포먼스 모델은 최소 5999만원, 모델Y는 4999만원에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31일 테슬라코리아는 이날부터 중형 전기 세단인 모델3와 중형 전기 SUV 모델Y 판매 가격을 대폭 낮췄다. 모델3 고성능 차종인 퍼포먼스 사륜구동(AWD) 모델은 기존 6939만원에서 940만원 인하된 5999만원에 판매한다.

모델Y의 경우, 프리미엄 롱레인지 AWD 사양은 기존 6314만원에서 315만원 내린 5999만원으로 조정됐다. 프리미엄 후륜구동(RWD) 차종은 5299만원에서 4999만원으로 300만원 인하했다.

테슬라코리아는 각 출시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와 시장 여건 등을 반영해 가격대를 조정하며 수요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신형 모델Y ‘주니퍼’를 공개하면서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약 700만원 낮췄다. 올해부터 국내 전기차 보조금이 100% 지원되는 차량 가격의 기준이 5500만원에서 5300만원으로 낮아지자, 이에 맞춰 출시가도 인하한 것이다. 노르웨이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지난 10월 저가형 모델3 스탠다드 트림을 4800만원대에 선보이는 등 가격 공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번 가격 인하가 새로운 트림 판매를 앞두고 수요층을 넓히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중형 세단 모델3 ‘프리미엄 롱레인지 RWD’ 모델을 내년 초 국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51㎞에 달하는 이 모델은 최근 국내 인증을 마쳤다고 한다. 기존의 일반 RWD(382㎞), 롱레인지 AWD(사륜구동·508㎞)보다 길다. 여기에 내년 초 국내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어질 ‘수요 공백기’를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의 국내 시장 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테슬라는 올 1~11월 5만5594대를 판매해 작년보다 판매량이 약 두 배로 늘었다. 국내에선 BMW(약 7만대), 메르세데스 벤츠(약 6만대)에 이어 수입차 판매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격 부담으로 테슬라 차량 구매를 고민하던 소비자 수요를 흡수하면 기존 수입차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국내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테슬라 입장에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올해 국내 시장에 진입한 BYD는 지난달까지 5000대 가까운 차량을 팔았다. 중국이 약 20년 만에 세계 1위 자동차 판매 국가가 된 상황에서, BYD가 내세우는 강점인 가격 경쟁력에서도 테슬라가 앞서가는 구도를 굳히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