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 폴크스바겐이 내년에 레트로 전기버스(미니밴) 제품인 ID.버즈의 미국 수출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기아가 내놓은 PBV(목적 기반 차량) PV5의 대표적인 대항마로 꼽히던 모델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을 지난 10월부터 폐지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위축돼 온 데다, 독일 내 전기차 공장까지 폐쇄하면서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사업 축소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미국에 전기 미니밴 모델인 ID.버즈를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 2022년 유럽에 첫 공개된 ID.버즈는 지난해 말 미국 시장에도 출시됐지만 판매가 부진했던 모델 중 하나다. 판매 시작 가격이 약 6만달러(약 8900만원)에 이르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약 400㎞에 불과한 점 등이 약점으로 지적돼 온 모델이다. 이런 상황에서 WSJ는 “딜러들이 대폭 할인을 했는데도, 평균 재고일수의 4배에 가까운 약 200일 이상 판매량이 재고로 쌓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폴크스바겐 측은 WSJ에 “이번 조치가 2027년형 모델로의 전환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인한 판매 둔화, 미국 관세발(發) 가격 폭등 여파 등을 이기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까지 제공되던 7500달러(약 1100만원) 규모 연방 보조금이 종료되며 전기차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또 ID.버즈 출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속도를 내면서, 독일산 차량의 수입 가격이 더 비싸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폴크스바겐은 지난 16일 창사 88년 만에 처음으로 자국 공장 문을 닫기로 한 데다, 올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하며 적자로 전환하며 재무적 어려움을 떠안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