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12일 이달 들어 대미 수출이 30.4% 급감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도 23.8% 줄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우리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강 대 강으로 부딪치던 미국과 중국이 이날 전격적으로 관세 합의에 이르면서, 연초부터 강도를 더해온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합의가 한미 관세 협상은 물론 우리 수출 전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진다.
우선 두 자릿수 급감한 이달 1~10일 수출 실적은 트럼프 관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뚜렷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기간 미국이 지난달부터 25% 관세를 매기기 시작한 자동차 수출이 23.2% 줄어든 것을 비롯해 3월 12일부터 관세가 붙은 철강(-41.2%), 이달 3일부터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 부품(-42.6%)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날 합의 소식이 들려온 미·중 협상에서 미국은 145% 관세를 30%로 115%포인트 인하하며 이른바 ‘펜타닐 관세’ 20%와 기본 관세 10%만 남기기로 했고, 중국도 관세율을 125%에서 115%포인트 내린 10%로 낮췄다.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자동차, 철강 등의 품목별 관세가 지난주 미·영 합의에서 인하·철폐된 데 이어 무역 적자 규모를 기준으로 세계 각국에 10~50%를 매긴 상호 관세도 협상의 여지가 생겼다는 해석이다.
서로 보복 관세를 이어가던 미·중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관세율 인하에 합의함에 따라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고, 미 정부가 우선 협상 대상인 ‘우방’으로 꼽은 우리나라로선 협상 과정에서 원만한 합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A 게임(최선의 제안)’이라고 평가한 조선업 협력,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구매 계약 및 투자 등을 테이블 위에 올린다면 미국발 고율 관세를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우리나라로선 자동차, 철강 등에 대해 관세 예외, TRQ(저율 관세 할당) 등을 요구할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