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운반선 32척 전체에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특수 장비 ‘EV 드릴 랜스’를 도입했다고 4일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하부 배터리 팩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직접 물을 분사해 효과적으로 불을 끄는 장비다. 현대글로비스는 작년 10월 ‘글로비스 시리우스’ 선박을 시작으로 자사가 보유한 자동차 운반선 32척에 도입을 마쳤다.

현대글로비스가 도입한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인 ‘EV 드릴 랜스’를 차량 하부에 밀어 넣는 모습. /현대글로비스

선적된 전기차에서 불이 났을 때 작동 방식은 이렇다. 우선 소화전 호스에 연결된 EV 드릴 랜스를 불이 난 전기차 밑으로 밀어 넣는다. 소화전에서 나온 물의 강한 압력으로 터빈을 돌려 장비에 장착된 드릴을 작동시키면, 2분 만에 차체와 배터리 팩에 구멍을 뚫는다. 그 안으로 물을 직접 분사해 불을 끄는 방식이다.

앞으로 현대글로비스는 EV 드릴 랜스를 원격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사람이 직접 화재 지점에 접근할 때보다 초기 대응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원격 조종이 가능하도록 각 부속품을 전동화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동안 자동차 운반선 내 화재 대응 체계를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작년에는 열·연기 감지 장치와 경보기 1000여 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발화 지점의 위치와 온도 등을 알려주는 화재 관제 시스템 ‘스미그(SMIG)’를 운반선 5척에 설치했다. 올해 중 나머지 자동차 운반선 27척에도 설치를 마칠 계획이다. 또 모든 자동차 운반선에 화재 확산을 막는 불연성 재질의 ‘질식 소화 덮개’를 10개 이상씩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