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애스턴 마틴,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벤틀리 같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고급차 회사가 자기 브랜드를 단 수십~수백억원짜리 고급 부동산 사업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나 미국 플로리다 해안 등 세계적인 부촌(富村)에 초고층 랜드마크 건물을 짓고 ‘수퍼 리치’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최고급 자동차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자동차 품질은 상향 평준화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애스턴 마틴

지난 2일(현지 시각) 애스턴 마틴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66층짜리 주거용 레지던스<사진>를 준공했다고 밝혔다. 건물 이름은 ‘애스턴 마틴 레지던스 마이애미’로 391가구 규모다. 가격이 150만달러(약 20억원)에서 시작하며 꼭대기에 있는 3개 층짜리 펜트하우스는 5900만달러(약 805억원)다. 펜트하우스를 사면 세계에 단 24대만 있는 애스턴 마틴 ‘벌컨’ 1대를 준다. 차 가격만 200만달러(약 27억원)가 넘는다.

폴크스바겐그룹의 고급 브랜드 벤틀리도 마이애미에 2026년 개장하는 63층짜리 건물을 짓고 있다. 차량을 개별 가구까지 올려주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갖춘 건물이다. 580만~780만달러짜리 216가구 규모다. 마이애미에는 포르셰가 2017년 준공한 60층짜리 ‘포르셰 디자인 타워’도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도 지난 1월 두바이에 65층짜리 ‘메르세데스 벤츠 플레이스’란 이름의 고급 주거 건물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두바이를 상징하는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을 갖췄고, 벤츠의 자동차 디자인을 건물에 반영할 계획이다.

고급차 회사들이 직접 건물을 짓는 건 아니다. 자동차 회사는 건물 디자인과 인테리어 등을 주로 맡고, 실제 공사나 기획은 부동산 개발 업체와 건설사 몫이다. 자동차 회사는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부동산 개발 업체 등은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 협업, 차별화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 양쪽에 모두 득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