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최근 거세진 하이브리드차 바람을 타고 국내 시장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최근 3~4년간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차 업체들이 주목받는 동안, 도요타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내세우며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차량을 소비자에게 선보여 왔다. 이로 인해 한때 ‘전기차 지각생’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여러 국가의 전기차 전환 시점도 다소 후퇴하면서 “글로벌 1위 도요타의 판단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원조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불리는 신형 프리우스로 판매 전선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라틴어로 선구자라는 의미의 프리우스는 1997년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된 후 590만대 이상 팔린 도요타의 대표 차량이다. 이후 도요타에서 나온 하이브리드 차뿐 아니라 bz4x와 같은 전기차도 프리우스에 적용된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12월 국내 출시된 새 차량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나온 5세대 모델이다. 신형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두 가지 연료 타입으로 출시됐다. 하이브리드는 기존 1.8리터(L)에서 2.0L로 배기량이 늘어나 최대 출력이 196마력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치고 나가는 가속 성능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연비는 L당 20.9㎞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용량이 기존 대비 1.5배 늘어난 13.6kWh(킬로와트시)로 연비는 19.4㎞/L, 전기 사용만으로도 최대 64㎞ 주행이 가능하다.
이 차량엔 도요타의 최신 차량 제조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신형 프리우스는 도요타의 2세대 차량 플랫폼인 TNGA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무게중심이 낮고 가볍다. 기존 대비 차 폭은 20㎜ 넓혔음에도 코너링 주행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코일 스프링 소재를 변경하는 등 차체 무게를 24㎏ 줄였다. 배터리에서 나온 전력을 모터에 필요한 교류 전력으로 변환하는 인버터와 차량 내 충전 장치인 온보드 차저 등을 통합해 무게를 크게 줄인 것도 특징이다. 실내의 앰비언트 라이트는 은은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외에도 ‘도요타 세이프티 센스’와 연결돼 라이트 점멸로 위험한 상황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프리우스는 전기차처럼 감속 때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해 저장하는 ‘회생 제동’ 기능을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브레이크 페달 조작량을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수준의 회생 제동과 제동력을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을 갖췄다. 가격은 하이브리드는 3990만원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4630만원부터다.
하이브리드 인기를 바탕으로 도요타 차량의 국내 판매는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2018년 연 1만6000대를 넘었던 판매량은 2019~2022년 6000대 수준으로 주저앉았지만, 지난해엔 전년보다 36% 증가한 8500대를 판매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1~2월엔 1522대가 팔려 연 1만대 판매 복귀를 노리고 있다. 당초 휘발유·경유차와 전기차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 정도로만 여겨졌던 하이브리드 차가 2030년 이후에도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하이브리드 대표로 여겨지는 도요타의 시간이 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