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는 국내 스타트업 파이퀀트와 함께 차량 내 음주 측정기를 개발 중이다. 운전자가 벤츠 차량에 설치된 클립 형태에 손가락을 끼우면 피부를 자동으로 스캔해 음주 여부가 측정되고, 술을 마셨으면 ‘운전하지 마세요’란 경고 문구가 뜬다. 손가락 혈액 내 음주와 관련된 성분을 측정해 음주 여부를 감별하는 원리다. 지난해 시제품도 출시했다. 벤츠는 이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음주 운전을 대폭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시속 65㎞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에서 운전자의 하품 및 눈 깜박임 횟수를 센서를 통해 수집한다. 이를 AI가 분석해 졸음 경고를 보내는 기능을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AI(인공지능)가 자동차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카’란 개념은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추는 게 전부인 것처럼 인식됐지만 최근엔 다양한 센서와 AI를 활용한 기능이 접목되며 주행 편의나 안전 등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니라 휴식을 취하거나 오락을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미래차 개념이 한발 더 다가온 것이다.
실제 차량용 AI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차량용 AI 시장은 2032년 8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매년 90%가량 시장 규모가 확대된다는 얘기다. 개별 업체들은 AI 소프트웨어, 고성능 반도체 등을 무기로 이미 자사의 차량이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주는 경쟁에 돌입했다.
◇자동차가 할 일 맞춰 조명, 음악 바꿔
인포테인먼트는 자동차의 여러 영역 중 AI 침투가 가장 빠른 부문이다. 특히 전장(전기장치) 부품을 AI가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하는 장치나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탑승객의 동작을 감지해 차량 내부를 바꿔주는 내용의 특허를 출원했다. 탑승자가 화장품을 꺼내면 손에 든 물체를 분석한 후 ‘화장 중’이라고 판단해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면서 화장에 적합한 조명으로 바뀌는 식이다. 탑승자가 필기를 하려 펜을 쥐면 좀 더 밝은 조명으로 바뀐다. LG전자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IT 쇼인 CES에서 탑승객의 컨디션과 상황에 맞춰 집처럼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 공간으로 변하는 콘셉트카 ‘알파블’을 공개하기도 했다.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자동차를 똑똑한 비서로 만드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차량에 탑재되면서 자동차가 일종의 개인 비서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인 알렉사를 차량에 탑재하기로 했고, 폴크스바겐도 음성 인식 기술 회사인 세렌스와 손잡고 자사 차량에 챗GPT 적용을 준비 중이다. BMW 역시 ‘BMW 지능형 개인 비서’를 선보이고 음성만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일본 혼다와 소니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AI 기반 음성 서비스를 개발해, 2026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아필라에 탑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음성 비서는 단순히 날씨나 목적지를 묻고 답하는 것에서 벗어나 대화의 주제나 상황에 맞게 목적지를 추천하거나, 안전 관련 경고를 보내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미술품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가 근처에 있는 미술관, 배터리가 부족할 경우 가는 과정의 충전소 등을 추천하는 식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충전을 위해선 수십 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음성 비서와 대화하며 보낼 수 있어 사용 빈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면 상태 파악해 상황 맞는 주행도
주행이나 안전 등 자동차의 기본기에 해당하는 부문에서도 AI 역할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싼타페, 기아 쏘렌토 등에는 차량이 실시간으로 도로 노면의 상태를 판단해 주행 모드를 자동으로 선택하는 ‘오토 터레인’ 모드가 탑재돼 있다. 눈길, 비포장도로, 모랫길 등 지형 조건에 따라 인공지능이 상황에 걸맞은 구동력, 엔진 토크, 제동 등을 선보인다. 도로와 주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주행 로직을 실시간으로 만들어야 해 까다로운 기술로 불린다. 현대차는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AI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탑승객 어깨에서 시작해 몸에 잘 이어져 있는지를 영상으로 패턴 분석해, 제대로 착용되지 않았을 때 경고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