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국산과 수입산 전기 승용차의 국고 보조금 차이가 최대 500만원가량으로 벌어진다.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6의 국고 보조금은 지난해보다 10만원 늘어난 690만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테슬라 모델Y(RWD)는 62%가량 줄어든 195만원으로 보조금이 정해졌다. 환경부는 20일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을 통해 올해 전기차 모델별 보조금을 확정 발표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더해지면 국산과 수입 전기차 전체 보조금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보조금은 정부가 주는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가 주는 보조금으로 구성된다. 국고 보조금은 차량별로 차이가 있지만,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다. 전기차를 구입하려면 지자체에 보조금을 신청해 승인이 나면 차량 가격에서 국고·지자체 보조금을 뺀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
국산·수입 전기차 보조금 차이가 커진 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폐기된 이후 배터리의 재활용 가치, 배터리 충전 속도, 충전소 구축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차등 지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자국 기업을 우선 보호하는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배터리의 효율, 재활용 등 친환경성을 기반으로 한 정책 흐름을 반영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아이오닉은 더 오르고 테슬라는 내리고
환경부에 따르면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5·아이오닉6는 전기차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은 690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는다. 기아 EV6는 684만원,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는 457만원을 받는다. 수입차 중엔 폴크스바겐 ID.4 492만원, BMW i4 212만원, 벤츠 EQB 217만원, 아우디 Q4 40 e-tron에 196만원이 책정됐다.
최대 금액을 받는 아이오닉5·6의 경우 주행거리 등에 따른 성능보조금, 차량정보 수집장치를 장착해야 받는 배터리 안전 보조금, 제조사의 급속충전기 설치 실적 등을 모두 충족했다. 배터리 역시 상대적으로 밀도가 크고, 재활용 가치가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을 써 감액이 없었다. 올해 전기차 최대 보조금이 지난해 680만원에서 650만원으로 줄었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차값을 깎아주면 할인액의 20%를 추가로 보조해준다. 자동차 회사가 차값을 200만원 할인해주면 정부가 보조금 40만원을 더 주는 식이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 모델Y(RWD)는 보조금이 가장 많이 깎였다. 514만원에서 195만원으로 62% 넘게 줄었다. 이는 모델Y에 재활용 가치가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쓰였기 때문이다. 또 전국 8개 권역에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 센터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새로 생긴 것도 보조금 감액의 원인이 됐다. 테슬라는 8개 권역 중 하나인 강원도에 서비스센터가 없다. 국산차 중 LFP 배터리를 탑재한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 역시 지난해 660만원에서 200만원 이상 보조금이 낮아졌다. KG모빌리티는 이날 토레스 가격을 4550만원으로 200만원 내린다고 밝혔다.
◇중국산 전기버스도 감액 커
올해부턴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도 대폭 삭감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LFP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은 작년보다 최대 4300만원가량 줄어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수입 전기 버스는 1528대(54.2%)로 처음으로 전체 절반을 넘었다. 업계에선 중국산 전기 버스에 대한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었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산 전기 화물차도 보조금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전기차 회사 BYD는 전기 트럭을 국내에 판매 중인데, 지난해와 비교해 보조금이 800만원가량 줄어든다. 반면, 현대차 포터 포터II 일렉트릭, 기아 봉고EV는 국비 보조금이 최대치인 1050만원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중국 전기 버스, 상용차 업체들은 “중국 전기차 주행거리가 더 긴데도 보조금이 더 낮게 책정된 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전 세계가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현실적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