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의 전기차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는 전기 스포츠카이면서도 실용성을 겸비한 차다. 활용도가 높은 왜건 형태를 띠고 있지만 뒷부분을 날렵하게 만든 유려한 곡선 디자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공기저항계수를 낮춰 고속 주행 때 차체가 흔들리는 현상이 적어 쾌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르셰 제공

포르셰는 변화를 선도하는 자동차 기업이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이 스포츠카를 고집할 때 카이엔을 출시해 SUV 바람을 불러일으키더니, 2019년 남들보다 일찍 타이칸이라는 전기 스포츠카를 내놓으며 전동화 부문에서도 선두 주자로 발돋움했다. 현대차 등 기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폴스타 등 신생 전기차 업체들이 이구동성으로 “고성능 전기차 부문에서 포르셰를 넘어서겠다”며 라이벌을 자처하는 이유다.

올해 국내에서 최초로 연 1만대 판매를 눈앞에 둔 포르셰는 1~10월 타이칸 전기차를 1318대 팔아 지난해 판매량(1128대)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상대적으로 일찍 전동화에 뛰어든 덕에 SUV 전기차 등 다른 선택지들도 경쟁사보다 빨리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전기 스포츠카 특유의 운동 성능에 넓은 적재 공간 등 실용성을 갖춘 CUV(세단과 SUV의 장점을 합친 차량) ‘크로스 투리스모’가 주목받고 있다. 왜건형인데도 파나메라 등 다른 포르셰 차량보다 차 전면부 높이를 낮추면서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는 뒷부분 지붕을 날렵하게 디자인해 유려한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이런 디자인을 통해 공기저항계수(Cd)도 0.26까지 줄였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차량의 연료 효율이 높아지고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도 줄어든다.

아우디의 ‘e트론GT’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이지만 승차감은 훨씬 역동적이었다. 시승 차량은 앞뒤에 각각 전기모터를 배치한 4S 크로스 투리스모인데 최대 571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다. 차 무게가 2335㎏에 달하지만 출력이 워낙 강력해 무게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최대 시속 240km로 달릴 수 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1초 만에 도달한다. 초반 가속력이 좋은 전기차 특성까지 더해져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시 차가 앞으로 튀어나가는 듯한 우수한 가속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급격한 회전 시에도 차가 묵직하게 깔려 나가는 느낌이 강하고, 노면의 충격 흡수도 뛰어나 스포츠카이지만 정숙한 주행도 가능하다.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 차체 바닥이 쓸리는 걸 막기 위해 차체 높이를 최대 30㎜ 높이는 기능도 있다.

전기차지만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면 내연기관이 뿜어내는 듯한 엔진음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론 한스 치머가 만들었다는 BMW의 ‘아이코닉 사운드’보다 귀가 즐거운 느낌이었다.

실내 곳곳엔 물리 버튼과 같은 아날로그 감성을 살릴 수 있는 요소를 배치했다. 대시보드 위에 아날로그 시계가 탑재돼 있고 운전대에는 운전 모드를 돌려서 바꿀 수 있는 모드 변경 휠, 그 옆에는 레버식 변속기가 탑재됐다.

93.4 kWh(킬로와트시) 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87㎞다. 트렁크 용량은 446리터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1212리터로 늘어난다. 가격은 1억6170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