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폴크스바겐은 세계적 전기차 전환 시기에 와신상담(臥薪嘗膽) 중이다. 한때 디젤 명가였지만 이른바 디젤 게이트를 겪고 나서 전기차 개발로 과거 명성을 찾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9년까지 그룹 내에서 순수 전기차 70종 이상 출시를 목표로 내걸었다. 그 시발점이 되는 모델이 바로 폴크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차 SUV ‘ID.4′다.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와 직접 경쟁하는 이 제품을 지난달 서울·경기 일대에서 타봤다.
이 차는 완전 충전하면 복합 405km, 도심 426km, 고속 379km 주행이 가능하다. 급속·완속 충전 시스템을 모두 지원하고 급속 충전 때 빠르면 약 40분 안팎에 배터리 용량의 최고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주행은 편안했다.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속력을 급히 올렸다 내려도 매끄럽게 반응해 부족함이 별로 없었다. 탑재한 전기 모터는 최고 출력 150KW를 내며 최고 시속 160km로 달릴 수 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에 과거 포니를 계승한 요소를 담았듯, 외관에서는 볼륨 있는 곡선이 폴크스바겐을 대표하는 비틀, 골프 등을 연상하게 했다. 반면 내부는 그간 폴크스바겐 제품과 달리 크게 간소화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요즘 출시하는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와 반대로, 내연기관 차보다 작아진 계기판이 눈에 띈다. 차의 주행 모드나 현재 속도, 크루즈 컨트롤 작동 여부 등 필요한 정보는 모두 살뜰하게 담겨 있긴 했다. 현대차 싼타페와 휠베이스(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의 거리)가 2765mm로 같은데, 줄어든 계기판 등 많은 걸 덜어낸 듯한 디자인이 실내를 더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달 중 2023년형 ID.4를 출시한다. 가격은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전 기준으로 기본 모델이 5690만원부터 시작한다. 전기차 구매 혜택 적용 시 약 4000만원 후반대에서 5000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에 확보된 물량이 많지 않은 건 장점이자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