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똑똑해지고 있다. 요즘 자동차는 차량 전방·후방·측면 곳곳에 달린 카메라·레이더 같은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해 스스로 차로를 유지하며 달릴 뿐 아니라 차로까지 스스로 변경한다. 최근엔 차량 내부에도 다양한 센서가 탑재되면서 탑승자의 안전 상태를 체크하고 위험을 예방한다. 정비소에 가지 않아도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 개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영역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 자동차 업체는 엔진의 성능과 힘이 뛰어난지 알리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 차가 얼마나 똑똑한 두뇌를 가졌는지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와 정교한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스마트 카’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무선 업데이트’ 영역 무한 확장 중
2~3년 전만 해도 ‘무선(OTA·Over The Air) 업데이트’는 테슬라의 독점 영역으로 여겨졌다. 내비게이션 지도뿐 아니라 반자율주행 성능까지 수시로 개선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제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무선 업데이트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올 뉴 그랜저’에 무선 업데이트 가능 영역을 GV60 대비 2배로 늘렸다. 엔진·변속·차체·서스펜션 제어 같은 주행·안전 성능뿐 아니라, 빌트인캠·무드램프·디지털키·생체인증시스템·열선·통풍 시트·선루프·계기반·HUD(헤드업 디스플레이) 같은 편의 사양까지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덕분에 시간이 흘러도 늘 새로운 차를 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볼보자동차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대형 전기차 EX90도 광범위한 OTA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고성능 컴퓨터를 탑재했다. 엔비디아 AI(인공지능) 플랫폼인 자비에와 오린, 퀄컴의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 볼보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구동하는 시스템이 EX90의 안전·주행·배터리 관리 같은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신속한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체 운영체제인 ‘MB.OS’를 개발 중이다.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엔비디아·텐센트·루미나·구글의 기술을 접목시켜 3단계 자율주행 기능과 차별화된 내비게이션을 제공하고, 수시 업데이트가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양산차도 ‘자율주행 3단계’ 시대 성큼
스마트카의 또 다른 핵심은 바로 자율주행 기능이다. 현대차는 이르면 이달 말, 자율주행 3단계 기능이 탑재된 제네시스 G90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현대차가 개발한 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HDP·Highway Driving Pilot) 기능으로, 고속도로나 강변북로 같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시속 80㎞까지 스스로 달리며 차로도 변경한다. 차량 통제권이 운전자에서 자동차로 넘어가기 때문에 운전대에서 손을 놔도 된다.
벤츠도 올 하반기 미국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3단계 기능이 탑재된 S클래스와 전기차 EQS를 출시할 예정이다. 벤츠의 3단계 자율주행은 현재 시속 60㎞까지 가능하지만, 향후 시속 130㎞ 고속주행에서도 가능하도록 구현한다는 목표다.
볼보자동차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EX90에도 8개의 카메라와 5개의 레이더, 16개 초음파 센서와 라이다가 탑재돼 자율주행 3단계를 구현한다.
◇다재다능한 친구 같은 차
자동차의 지능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자동차가 다재다능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MW는 지난 1월 CES에서 콘셉트카 ‘i비전 디(Dee)’를 통해 디지털 영혼이 있는 친구 같은 차를 선보였다. 차 주인의 기분을 파악하고 말을 걸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분에 따라 차량의 색깔을 바꿀 수 있고, 차도 스스로 기분에 따라 전면 그릴을 통해 표정을 바꾼다. 소니혼다모빌리티도 CES에서 첫 전기차 브랜드 ‘아필라’를 선보이면서 사람과 교감할 줄 알고, 영화·게임 같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차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