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는 2025년 신차에 자체 운영체제인 'MB.OS'를 정식 탑재할 예정이다. 사진은 벤츠의 순수 전기차인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QS.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5년 신차에 자체 운영체제(OS·Operating System)인 ‘MB.OS’를 정식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벤츠는 MB.OS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 소재 연구개발(R&D) 북미센터에서 벤츠의 중장기 소프트웨어 전략 발표회를 열고 “MB.OS 로 주행 보조 시스템, 내비게이션, 엔터테인먼트부터 충전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고객 경험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차량용 운영체제 ‘MB.OS’를 앞으로 벤츠 차량의 표준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벤츠의 자체 OS인 ‘MB.OS’는 자동차를 가상의 소프트웨어 세계인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MB.OS는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를 관리하는 동시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기능을 제어한다. 내비게이션·동영상 등 차내 편의 사양인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확장하고, 자율주행, 차체·편의 장비, 충전 등 자동차 사용 중 발생하는 대량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역할도 맡는다. 현재 차량은 운전자가 개인 취향에 맞춰 기능을 일일이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MB.OS가 탑재된 이후에는 차량이 스스로 운전자에 맞는 기능을 제공한다.

올라 셸레니우스 벤츠그룹 회장이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 소재 연구·개발(R&D) 북미센터에서 벤츠의 자체 운영체제(OS)인 'MB.O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MB.OS’는 특히 자동차에서 음악·동영상·게임 등을 무선으로 즐기는 ‘카 인포테인먼트’에 특화돼있다. 벤츠가 지난 2018년 처음 공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학습 능력이 있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맞게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단순히 음성을 통한 명령을 넘어 ‘제로 레이어’라는 기술을 통해 사용자가 음성으로 명령하지 않아도 상황에 맞는 주요 기능을 추천하는 게 가능하다.

벤츠는 구글 맵스 플랫폼을 적용해 내비게이션 성능을 개선하기로 했다. 한국에선 티맵이 대표 내비게이션으로 자리 잡은 만큼 티맵과 협업해 현지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벤츠는 또 국가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와 협업해 차에서 다양한 콘텐츠도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아케이드 게임 플랫폼 앤트스트림(Antstream)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인카게임을 차량에서 즐길 수 있게 하고, 웹엑스(Webex)와 줌(Zoom)과 협업해 차내 화상 회의도 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벤츠는 모든 기능이 무선 업데이트돼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벤츠는 MB.OS를 통해 자율주행 등 차량의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도 지속해서 업데이트한다. 이에 따라 벤츠는 자율주행 레벨3 최고 속도를 궁극적으로 시속 130㎞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레벨3는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대응하는 단계를 뜻한다. 벤츠는 현재 독일에서 최고 속도 60㎞/h의 레벨3 자율주행을 시범 운행하며 실증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속도를 130㎞/h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벤츠는 이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벤츠 자율주행차에는 자동차의 뇌라고 부르는 ‘드라이빙 브레인’으로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오린 시스템 온 칩’이 탑재된다. 레이더 센서와 카메라 등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인식 시스템에는 파트너사인 루미나의 라이다 센서가 탑재된다. 루미나의 차세대 센서는 적외선 스펙트럼에서 반사율이 낮은 작은 물체도 인식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 운전자가 특정 조건에서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잠시 눈도 뗄 수 있기 때문에, 오피스 공간이 구현된 차량 내부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온라인 쇼핑이나 이메일 확인 같은 간단한 업무도 할 수 있다.

벤츠는 소프트웨어 전환이 앞으로 지속적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벤츠는 지난해부터 내비게이션, 라이브 트래픽, 온라인 지도 업데이트와 같은 제품 서비스 부문에서 10억유로(약 1조3800억원)가 넘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츠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매출이 2030년까지 10억유로 후반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