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롱레인지 2WD 18인치 모델)를 구매할 경우 서울에선 860만원(국비 680만원+지방비 18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반면 경남 거창에선 지방비가 1150만원으로 책정돼 서울의 2배가 넘는 총 1830만원(680만원+11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확정됐다. 26일까지 발표된 각 지자체의 보조금 책정안에 따르면, 전남 곡성(1530만원), 경남 합천(1480만원), 전북 군산(1380만원) 등에서 보조금을 많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도시 중엔 세종(1080만원), 광주(1070만원), 대전·인천(1030만원), 부산(980만원) 순으로 보조금이 크다. 이 같은 보조금 차등은 다른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테슬라 모델Y 구매 시 서울에선 328만원을 받지만, 경남 거창에선 두배가 넘는 699만원을 보조금으로 받는다.

◇보조금 액수, 구매 후 조건 등 살펴야

서울시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원 금액을 확정하고 27일부터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고 26일 밝혔다. 다른 지자체들도 대부분 보조금 책정을 확정하고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는 3월부터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 전기차 구매를 미뤄왔던 소비자들도 분주해졌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로 구성된다. 같은 차량일 경우 국비는 동일하지만 지방비는 지자체마다 예산 사정, 충전 시설 구비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제각각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자신이 속한 지역의 보조금 액수뿐 아니라 신청 시기, 준수 사항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예컨대 서울 같은 주요 도시에선 보조금이 일찍 소진된다. 이 경우 지자체가 추경을 통해 추가 예산을 투입하지만 예산 사정에 따라 보조금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구매 계획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신청해 차량을 출고받는 게 낫다는 뜻이다.

구매 후 운행 조건에도 주의해야 한다. 보조금에는 각 지자체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전기차를 되팔 때 해당 지역 내 운전자에게 한정하는 조항이 붙는다. 서울의 경우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를 2년 내 타 지자체 운전자에게 되팔면 보조금 환수 대상이 된다.

◇리스, 렌터카 통한 꼼수 여전

지역별로 보조금 격차가 최대 1000만원 가량 나다 보니, 보조금이 많이 나오는 지역에서 전기차를 매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지자체는 ‘신청일 기준 90일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전입한 경우’로 신청 자격을 한정하고 있다. 지자체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현지 고시원이나 원룸에 잠깐 주소를 옮겨 보조금을 타려는 외지인의 꼼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스나 렌터카 업체를 이용하면 이 같은 자격 기준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금이 큰 지역들은 서울 등 보조금이 낮은 지역 전기차 구매자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있다. 리스나 렌터카 업체 사업장이 지방에 있다면 해당 관내에서 보조금을 타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리스, 렌터카 업체의 본사는 대부분 서울에 있지만 지역별로 다른 전기차 보조금, 공채(公債) 의무 매입 규정 등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지방에 사업장을 두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차량을 등록할 때 지방세인 취·등록세가 발생하는 데다 전기차 판매를 통한 친환경 이미지를 높일 수 있어 리스, 렌터카 업체를 반기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별로 보조금 차이는 불가피하지만 금액의 차이가 너무 큰 게 문제”라며 “소비자들의 양심에 제도 운용을 기대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