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신형 그랜저(7세대)를 타봤다. 보자마자 웅장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신형 그랜저는 전장이 기존 모델보다 45㎜ 늘어난 5035㎜에 달해 제네시스 G80(4995㎜) 보다도 길다. 6세대 모델에서 호불호가 갈렸던 전면부는 일자 수평형 LED램프가 자리해 미래 지향적 느낌을 준다. 프레임이 없는 문과 문짝 안으로 숨겨져 있는 플러시 타입 손잡이는 첨단 전기차를 연상 시킨다. 다만 이 손잡이가 튀어나와 있는 상태에서 문을 쾅 닫으면 살짝 덜컹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는 고급 세단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었다.
신형 그랜저는 2.5L 가솔린, 3.5L 가솔린, 3.5L LPG, 1.6L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4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시승 차량은 3.5L 가솔린 모델이었다. 차량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자 단단한 하부의 느낌이 전해졌다. 독일 차량 만큼은 아니지만 기존 6세대 그랜저와 비교해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이 한층 강해졌다. 사륜 구동 옵션 때문이 아니라 5세대에서 6세대로 넘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기본 세팅 자체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할 때 변속기의 오르내림과 이에 따른 승차감도 안정적이었다. 고속도로에서 100㎞ 이상 속도를 올려 급격한 차선 변경을 할 때나 급격한 커브길에서도 차가 낮게 깔리며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이어졌다. 일반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앞보다 뒤에 힘이 실리는 느낌이 강해졌다. 실제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적절한 전·후륜 구동력 배분 덕에 승차감은 어떤 모드에서도 편안했다. 다만, 스포츠 모드가 아닌 일반 모드에서 액셀을 밟고 가속이 되는 반응 속도는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상 운행에 방해가 될 수준은 아니었다.
운전에 가장 중요한 조작계인 핸들은 1세대 각 그랜저를 계승해 ‘원 스포크’ 스타일로 바뀌었다. 사용감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BMW 핸들의 경우 스포크(살)가 3시 9시로 반듯하게 놓인 게 아니라, 살짝 밑으로 쳐져 있다. 이 모양이 잡거나 손을 걸치기가 훨씬 더 편하다. 그랜저의 스포크는 다소 잡기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모델에서 버튼 방식이던 기어 조작이 컬럼식으로 바뀐 것은 편리했다. 기존 모델은 오른손이 여러 번 이동해야 해 조작이 불편했다. 그러나 핸들 오른쪽으로 기어 조작계가 이동하며 손을 여기저기 옮겨야 하는 번거러움이 사라졌다. 전진 할때는 앞으로, 후진 시는 뒤로 돌리면 돼 직관적이다.
주행 중 수시로 첨단 사양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운전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 제네시스에만 적용되던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은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지도 정보를 알 수 있게 해줬다. 중앙 화면에 전방 카메라를 통해 찍히는 도로 화면이 실시간으로 나타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종 안내가 이뤄지니 운전이 한결 편해졌다.
좁은 길을 지날 때는 차량 주변 전후·좌우를 모두 살펴볼 수 있게 어라운드 뷰 기능이 자동으로 활성화 돼 사이드 미러를 보지 않고서도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차와의 간격 유지, 속도조절 등을 도와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매끄럽게 작동됐다. 차선을 혼동하는 등의 오류도 2시간여 시승 동안 발생하지 않았고 다소 급격한 커브길에서도 차선 유지가 무리 없이 이뤄졌다.
차량의 정숙성 역시 상당히 뛰어났다. 운전대나 시트에서 느껴지는 진동도 거의 없었다.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통해 차량 밖 소음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도 대부분 차단이 됐다. 제네시스 차량을 탈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실내 공간도 차량 크기가 커지면서 확대됐다. 전 세대 모델보다 10㎜가 늘어난 휠베이스 덕에 2열 좌석엔 성인 남성이 타도 넉넉할 레그룸, 헤드룸이 확보됐다. 2열 시트는 원터치 작동 만으로 최대 8도까지 눕혀지는 리클라이닝 기능도 적용 돼 있다. 1열은 기본 시트 포지션이 높은 편이었지만 헤드룸 공간은 넉넉했다. 1열의 공조장치 패널은 위치가 조금 낮은편이었지만 손의 높이를 고려하면 조작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가격은 3716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