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난에 따른 신차 부족을 이유로 ‘할인 행사’를 멈췄던 완성차 업계가 2년여 만에 할인 판매에 나섰다. 주문이 밀려 있다며 차량 가격을 올리는 데만 바빴던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경기 침체로 신규 주문이 감소하고 일부 차종은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자 할인을 통한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2년간 할인을 거의 하지 않던 현대차는 연말 경차 캐스퍼 100만원 공식 할인에 돌입했고, BMW와 아우디는 2019~2020년에나 볼 수 있었던 주요 모델 ‘1000만원 할인’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

자료=각사, 겟차

◇BMW·아우디 인기 모델 1000만원 할인

현대차는 1일 이번 달 캐스퍼를 구매하면 최대 100만원 할인하고, 특정 카드를 사용하면 30만원을 ‘캐시백’해 준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를 캐스퍼 인기에 대한 ‘고객 감사 행사’라고 했지만, 최근 주문량이 주춤하자 연말 세일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딜러를 통한 구매 할인 폭도 늘고 있다. 자동차 판매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G80을 구매할 경우 기존 40만~50만원의 틴팅(선팅) 비용 정도만 제공하던 딜러들이 최근엔 최대 134만원 현금을 지원한다.

한국GM도 이번 달 쉐보레 대표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200만원 할인한다고 이날 밝혔다.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형SUV 타호를 구매하면 최대 400만원 할인받는다.

BMW 5시리즈

수입차 업계도 지난해 사라졌던 ‘연말 재고 떨이’를 시작했다. BMW는 최대 인기 모델인 5시리즈를 1000만원 안팎 할인해 팔고 있다. 가솔린 인기 차종인 530i는 990만원 할인된 6600만원에, 520i는 810만원 할인된 5950만원에 살 수 있다. 이 밖에 준대형 SUV인 X5는 1100만원, X3·X4 모델은 200만~400만원 할인 판매 중이다.

아우디도 대표 중형 세단인 A6를 800만~1000만원 할인 판매하고 있다. A6의 일부 디젤 모델(40 TDI)은 944만원 할인된 5799만원에 살 수 있어 신형 그랜저 최상위급 풀옵션(5822만원)보다 싸졌다. 최근 인기를 끄는 전기차 e트론(55 콰트로)도 정가는 1억1137만원이지만, 1400만원 이상 할인받아 9689만원에 살 수 있다.

아우디의 인기 세단 'A6 40 TDI'.

메르세데스 벤츠는 아직 큰 폭의 할인 대열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다만 판매가 저조한 차종들은 할인 판매에 나섰는데 대형 전기 세단 EQS를 최대 943만원 깎아준다. 조만간 연말을 맞아 본격 할인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구매 플랫폼 겟차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은 4분기부터 재고가 쌓이면서 11월부터 할인이 본격화했다”며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은 판매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더 큰 폭의 할인 행사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이자 할부도… 출고 대기기간도 짧아져

요즘 없어서 못 산다는 전기차도 렌트 업체들이 선구매해 놓은 재고 차량을 구매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자동차 플랫폼 직카 관계자는 “일부 캐피털 업체들은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GV60, 니로EV, 테슬라 모델3 같은 전기차 재고를 다량 갖고 있다”며 “7~10%에 달하는 할부 금리를 인하해주고, 골프백·캠핑용품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고공행진하는 할부 금리 때문에 차량 구매를 꺼리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무이자 할부’나 ‘전액 할부’를 내세우는 업체들도 늘었다. 마세라티는 세단인 기블리·콰트로포르테, SUV인 르반떼를 이번 달 구매하는 고객에게 24개월 무이자 할부(선수금 30%)를 제공한다. 캐딜락 중형 SUV인 XT5는 48개월 무이자 할부(선수금 30%)가 가능하다. 르노코리아차는 이번 달 모든 차종을 선수금 납부 없는 ‘전액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 36개월 할부 금리는 4.9%다. 쌍용차는 이달 렉스턴 시리즈 72개월 전액 할부(금리 7.9%)를 제공한다. 최근 반도체난 완화,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신차 출고 대기 기간도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 제네시스 G80은 지난달 계약했다면 10개월을 기다려야 했지만, 이번 달은 6개월이면 받을 수 있다. G90도 4개월에서 2.5개월로, 싼타페는 10개월에서 8개월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