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을 하지 않고 자동차 엔진을 켜두는 공회전은 에너지 낭비뿐 아니라 엔진 손상의 주범으로 꼽힌다. 과거 공회전은 차량 운행 전 엔진을 예열하기 위해 5~10분간 거쳐야 하는 필수 단계로 여겨져왔다. 시동을 걸자마자 차량을 운행하게 되면 엔진오일이 돌지 못해 엔진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80년대 중반까지 이어져 온 기화기 방식(액체 상태의 연료를 기체 상태로 만들어 연료실에 공급)으로 작동하는 차량에서나 필요한 행위다. 현재 운행되는 차량은 전자제어 연료 분사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외부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회전도 불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공회전 없이 서서히 출발하는 것만으로도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공회전을 오래 하게 되면 엔진이 과열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현재 운행되는 대부분 차량은 냉각수로 엔진을 냉각하는 수랭식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시동을 켜면 자연히 냉각수의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를 막기 위해 라디에이터 옆의 냉각팬을 돌려 냉각수를 식히는 방식이다. 고속 주행 상태에선 자연스럽게 주행풍을 받게 되고 이를 통해 냉각과 출력 증대가 원활하게 이뤄지지만, 공회전 상태에선 연소를 위해 흡입하는 공기량을 늘리는 게 제한을 받게 된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공기의 양은 차이가 없는데 연료의 양만 늘어나게 되면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게 돼 엔진 구동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했다.
연료 소모도 더 심해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루 10분 공회전을 할 경우(연비 12㎞/L 차량 기준) 연간 50L가량의 연료가 더 사용된다. 이를 최근 서울 지역 휘발유(1726.47원) 가격에 대입하면 연평균 8만7000원가량을 더 쓰게 되는 셈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매일 자동차 공회전을 5분씩 줄이면 연간 505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