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는 지난 9월 출시 이후 매달 3000~4000대씩 팔렸다. ‘캐스퍼 효과’로 지난 1~9월 국내 경형 승용차 판매량은 9만852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 현대차가 19년 만에 상품성이 높은 경차를 내놓자 수요도 덩달아 커진 것이다.
그동안 경차 판매가 저조했던 배경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제대로 된 경차를 개발하는 데 소홀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작은 차를 사고 싶어도 ‘살 만한 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차 종류는 현대 캐스퍼, 기아 모닝·레이, 스파크로 4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작년 9월 현대차가 ‘19년 만의 경차‘ 캐스퍼를 내놓으며 늘어난 것이다. 기존엔 출시된 지 5~6년 된 상품성 변경이 거의 없는 모닝·레이·스파크가 전부였다. 그러나 한국GM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스파크 단종을 검토하고 있어 다시 3종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업계는 “작은 차는 수요가 부족하다”고 항변해왔지만, 현대차가 새롭게 출시한 경차 캐스퍼가 큰 인기를 끌면서 잠재 수요를 증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차뿐 아니라 소형차도 선택의 폭이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의 경우 2019년 소형 세단 엑센트를 단종시키면서, 소형 SUV만 남아 있다. 대신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대형 세단과 SUV 개발과 판매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 2년간 벤츠·BMW·현대차 등 주요 기업의 판매량이 줄고 있는데도 역대 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다.
박정규 한양대 겸임교수는 “일본은 다이하쓰·스즈키 같은 업체들이 경차에 특화된 원가 절감 노하우를 갖고 있어 도요타가 이 업체들에서 기술을 배운다”며 “한국도 경차·소형차로도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