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최고 인기 모델인 SUV 우루스가 이탈리아 볼로냐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모습. 제한적인 자동화로 여전히 사람이 제조와 조립에 관여하는 부분이 많다. 우루스는 하루에 26대 생산된다. /람보르기니

이탈리아 수퍼카 업체 람보르기니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30%를 넘겼다. 전통 완성차 업계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숫자로 뉴욕타임스는 이를 “이탈리아 고부가가치 제조업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수억원의 가격에도 2024년 초까지 주문이 밀려있을 정도로 람보르기니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 성공의 비결을 엿보기 위해 지난달 이탈리아 볼로냐 산타가타에 있는 람보르기니 공장을 찾았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람보르기니 차량은 전부 산타가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창업차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라이벌 업체 페라리와 경쟁하기 위해 1963년 농지를 매입해 지은 곳으로 현재 16만㎡(4만8000평) 규모다. 이탈리아에서 람보르기니에 근무한다는 건 차량 전문가 이상을 의미한다. 특히 차를 조립하는 생산직 근무자들의 자부심이 크고 이들은 웬만한 전문가들보다 차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깊다. 조립 라인 직원들에게만 허락되는 검은색 유니폼이 이들의 신분을 나타낸다.

공장 한가운데에는 그날 하루 작업 대수와 부품, 제작 중인 차량 상태를 알리는 대형 전광판이 걸려 있다. 람보르기니 전체 판매량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최고 인기 모델 우루스는 하루 26대가 만들어지는 데 정오쯤 방문하니 12대 작업을 마쳤다는 표시가 보였다.

눈에 띄는 건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정도였다. 공장 관계자는 우루스는 다른 차량과 달리 자동화가 도입돼 생산량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자동화를 했음에도 하루 26대만 생산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조립 라인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로봇은 창문을 접합하고 볼트를 조이거나 바퀴를 조립하는 정도의 일부 작업만 담당하고 있었다. 도구를 다른 작업장으로 운반하고 바닥을 닦는 역할을 하는 로보티니라 불리는 이동 로봇이 가장 바빠 보일 정도였다. 차량의 성능, 안전에 관련된 제조나 조립은 여전히 대부분 사람에게 맡기고 있었다. 자동차 장인들이 일하는 소량 생산 럭셔리 브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돕는다”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람보르기니 공장은 탄소 중립 노력도 적극적이다. 2010년 태양광 시스템이 설치돼 연간 250만kWh 전력을 생산한다. 또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할 때 나오는 바이오 메탄을 이용해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설도 갖췄다. 바이오 메탄 에너지는 공장 전체 전력의 10%를 책임진다. 이탈리아 업체로선 최초로 허가를 받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제일 중요한 회사의 가치”라며 “판매 증가와 탄소 배출 감축 두 가치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