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지구적인 가뭄과 폭염이 일어나고, 유럽의 곡창지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곡물 수출이 제한되는 가운데 바이오 연료를 가장 앞장서 도입했던 유럽에서 ‘바이오 연료 퇴출’ 논란이 나오고 있다.

최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환경 단체 ‘리플래닛’의 조사 결과, 2020년 EU(유럽연합)에서 바이오 연료를 만들기 위해 밀 330만t(톤)과 옥수수 650만t이 쓰였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같은 해 밀 수출량의 5분의 1, 옥수수의 4분의 1 수준이다. 유럽이 바이오 연료에 쓴 하루 평균 1만톤의 밀은 빵을 하루 약 1500만개, 1년이면 50억개를 만들 수 있는 양에 달한다.

리플래닛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식량 위기에 대응하려면 바이오 연료 사용 의무 규제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수수·콩·밀로 만들어 ‘친환경’이라는 바이오 연료를 환경 단체들이 앞장서 퇴출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바이오 연료 50% 줄이면 우크라 전체 곡물 수출량과 맞먹어

바이오 연료는 다양한 곡물을 에탄올 등의 형태로 가공해 휘발유나 경유에 첨가해 사용하는 연료다. 식물 성장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을 계산해 휘발유보다 탄소 배출량이 40% 이상(미 아르곤국립연구소 조사) 적은 것으로 간주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유럽은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디젤 용량 중 바이오 연료를 최대 10% 섞어 판매하도록 했고, 브라질 등 남미 국가에서도 바이오 연료 비율이 27.5%에 달할 정도로 바이오 연료가 널리 보급됐다. 한국은 2015년부터 경유차에만 최대 3.5% 첨가 가능하도록 해 상대적으로 사용량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곡물 가격이 작년보다 20% 넘게 오른 상황에서 무색해졌다. 사람이 먹을 빵을 자동차에 넣는 것이 맞느냐는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세계자원연구소는 “유럽과 미국에서 바이오 연료에 쓰는 곡물의 50%만 줄이면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량 전체를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영국과 독일이 식량 안보를 위해 EU(유럽연합)의 바이오 연료 의무 사용을 한시적으로 푸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환경에 가장 앞장섰던 독일마저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체 곡물 생산량의 7% 바이오 연료에 쓰여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산업체와 관련, 기관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바이오 연료에 쓰이는 밀의 경우 대부분 가축용 사료이고, 전체 곡물 생산량 중 바이오 연료에 쓰이는 비율은 7% 내외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바이오 연료는 유가 안정에도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실제 미국은 국제 유가가 폭등하자 올해 여름 한시적으로 주유소의 바이오 연료 첨가율 상한선을 15%로 올려주기도 했다.

국내외 산업계에서도 바이오 연료의 가능성을 꾸준히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 5월 GS칼텍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합작 법인을 만들어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 공장을 짓고 동남아 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미국에선 유명 자동차 경주 대회인 인디500의 참가 차량이 바이오 연료 85%와 휘발유 15%를 섞어 달리는 등 바이오 연료 성능 실험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식량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바이오 연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최근 바이오 연료에 대해 “산업은 폐기물에서 파생된 바이오 연료를 늘리고 작물 기반 바이오 연료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처럼 사람이 먹는 곡물을 자동차에 쓰는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