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양적 성장은 목표가 아니다. 벤츠의 ‘럭셔리’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더 집중하겠다.”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대표는 16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본지와 만나 “‘판매량’이 아니라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려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한다면 판매 1위가 아니어도 좋다”고 말했다. 벤츠는 2016년부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유지해왔다. 대형 세단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소형·중형급 모델을 대거 출시하면서 20~40대 고객층을 끌어들인 덕분이다. “벤츠가 너무 흔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급성장했다.
작년 1월 한국 대표로 취임한 지 1년 반 만에 국내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가진 클라인 대표는 “취임 후 판매량으로 직원들 성과를 평가한 적은 한번도 없다”며 “앞으로도 벤츠의 ‘럭셔리’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인 대표는 벤츠 본사가 지난달 발표한 럭셔리 전략을 소개했다. 제품을 ‘톱엔드 럭셔리’(마이바흐, S·G클래스, AMG) ‘코어 럭셔리’(E·C클래스) ‘엔트리 럭셔리’(A·B클래스)로 나누고, 모든 차종에 고급 사양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소형차급 엔트리 모델은 7종에서 4종으로 축소하고, 마이바흐보다 더 상위급인 ‘미소스’(Mythos·신화) 브랜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난 수년간 한 자리 수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을 2025년까지 14%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클라인 대표는 “공급망 위기에 따라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선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 특히 한국은 명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큰 성장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한국가구박물관은 벤츠 최고급 브랜드 ‘마이바흐’의 100주년 기념 한정판 모델을 VIP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장소였다. 이 차는 전 세계에 단 100대 출시됐는데, 한국에 17대가 배정됐다. 클라인 대표는 “한국은 마이바흐 S클래스가 중국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주요 시장으로 상당한 규모의 차가 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엔 루이비통 천재 디자이너였던 고(故) 버질 아블로와 협업한 마이바흐 모델을 국내 선보여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클라인 대표는 벤츠가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벤츠의 자율주행 3단계 양산차가 작년 말 세계 최초로 자국 정부 인증을 받았고, 최근 출시한 전기차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준중형 전기 SUV인 EQB, 대형 전기 SUV인 ‘EQS SUV’, 내년엔 마이바흐 전기차까지 출시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