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단종(斷種)될 운명에 처했다. 1985년 처음 출시된 쏘나타는 국내 자동차업계 최장수 모델(37년)이자, 900만대 넘게 팔려 ‘국민 세단’으로 사랑받았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내부에는 차세대 쏘나타 개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 차세대 모델인 DN9에 대한 개발 프로젝트(연구 과제)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주요 연구 과제 설정과 상품성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DN9은 현대차에서 차량을 지칭하는 코드명이다. D는 중형차(D세그먼트), N은 세단을 의미한다. 9는 쏘나타의 9세대 모델을 의미한다. 현재 판매 중인 쏘나타는 8세대 모델로 DN8이라 부른다. 현대차는 ‘유럽시장 전기차 100% 판매’를 목표로 내건 2035년부터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절차에 돌입한다. 내연 기관차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풍경 중 하나다.

그래픽=양진경

◇9세대 쏘나타 개발 계획 없어

보통 신차 개발은 4~6년 걸린다. 현대차도 이런 주기로 신차를 시장에 내놓는 공식을 지켜왔다. 현대차는 신차 출시 2~3년 후 부분변경 모델(페이스리프트)을 출시하고, 부분변경 출시 시점으로부터 2~3년 뒤 신차를 내놓는다. 현대차 연구부서 관계자는 “현재 쏘나타(DN8)는 2019년 출시됐기 때문에 2025년 전후로 다음 모델 쏘나타가 시장에 나오는 것이 순서”라며 “이를 위해선 지금 한창 개발 작업이 진행돼야 하는 데 계획조차 없다”고 했다. 쏘나타에 부품을 납품해온 한 협력 업체 관계자도 “DN9 부품 개발에 대해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내부에선 ‘쏘나타 단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실제 현대차는 쏘나타 생산 인력과 설비를 전기차 부문으로 돌리기 위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약 한 달 동안 충남 아산 공장에서 만들던 쏘나타와 그랜저 생산을 중단하고, 생산 설비 일부를 전기차(아이오닉6) 생산으로 돌렸다.

현대차가 지금 쏘나타 9세대 개발에 착수한다 해도 2027년이나 돼야 출시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2035년부터 주요 시장에 전기차만 내놓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내연기관 쏘나타의 수명도 끝나간다”며 “새로운 모델 개발에 3000억원이 들고, 판매도 부진한 쏘나타를 더 개발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DN8(현재 8세대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은 올해 말~내년 초 출시 예정인데 마지막 쏘나타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37년 국민차 쏘나타

1985년 10월부터 생산된 쏘나타는 현재까지 국내·국외 시장에서 917만대가 팔렸다. 현대차에서 아반떼(1440만대)와 액센트(1010만대)에 이어 판매량으로 3위 모델이다. 또 그랜저(36년)보다 한 살 많은 최장수 모델(37년)이기도 하다. 쏘나타는 한국 자동차 수출의 선봉장이었다. 1998년 출시된 EF쏘나타부터 해외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앞섰다. YF쏘나타는 국내(51만대) 판매량의 3배가 넘는 162만대를 수출하면서 쏘나타 모델 중 가장 많은 213만대가 팔렸다.

하지만 YF쏘나타를 기점으로 판매량은 내리막길이다. 2019년 나온 8세대 쏘나타는 3년 동안 약 44만대 판매에 그쳤다. 3세대 이후 모델이 꾸준히 100만대 넘게 팔린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현재 추세라면 8세대 쏘나타의 100만대 판매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SUV의 인기에 쏘나타보다 그랜저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해외 판매 실적을 보면 판매량 절반(47.3%)이 SUV다. 쏘나타가 포함된 D(중형)세그먼트 비율은 6.7%로, 2020년(9.9%)보다 감소했다.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팔린 쏘나타는 약 31만대인데 그랜저는 46만대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를 계승한 전기차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판매량이 저조한 중형(D세그먼트)보다 준중형(아반떼급) 전기차를 우선 과제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