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국가를 초월하는 개념입니다. 세계(시장)에서 고객에 중심을 두고 노력하다보면 많은 일자리도 창출하고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3일 오후(현지시각) 뉴욕 특파원단과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어떤 사업 아이템은 국가에 도움이 되고, 어떤 아이템은 도움이 안 된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맨해튼 재비츠 센터에서 열린 제 120회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대형 SUV ‘더 뉴 팰리세이드’와 ‘더 뉴 텔루라이드’를 처음 세계에 선보였다. 이어진 간담회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홍보관인 맨해튼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2시간여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새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약속했다. 어떤 기대를 하나.
“(역대 어느 정부에든 규제 완화를)항상 기대해왔다.(웃음) 얼마 전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오셔서 어떤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앨 지 등 새 정부의 의지를 말씀해주셨다. 자율주행 규제 관련 말씀도 나눴고, 우리 직원들이 많이 고무됐다. 그러나 기업이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정부에 맞춘다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 풀리는 부분이 있다면 안타깝지만 차선책을 찾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의 정의는 무엇인가. 그에 따라 기업 DNA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모빌리티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사람 사이의 만남에 있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됐다. 향후 미래의 획기적인 공간 이동 개념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 안에서 자동차나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의 영역이 나오는 것이다.”
-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자율주행은 2026년까지는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를 완벽하게 해서 차를 만들어 팔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만 자율주행은 미국 팰로앨토 같은 대로 뿐만 아니라 인도 같은 복잡한 길에서도 돼야 하는 것이다. 사내 연구소에서는 레벨4(고등 자율주행)도 테스트하고 있지만 얼마나 완성도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더 안전하고 완전한 기술로 정착되려면 더 걸릴 것 같다. 휴대폰에 문제가 있는 것과 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요.”
-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이번에 뉴스위크 선정 ‘자동차 산업의 위대한 혁신가들’ 시상식에서도 6개 부문 중 3개 부문을 현대차가 수상했다.
“창업주(정주영 회장)께서 처음 현대를 시작하실 때 정비소부터 시작해 중동건설, 한강대교 건설 등으로 변화를 일구셨다. 지금 현대차그룹의 변화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형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상을 많이 받는 게 목표는 아니다. 인간을 위해 도전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지속적으로 글로벌 생산·판매 거점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자동차와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하겠다.”
- 팬데믹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미러 갈등, 세계화 위협 등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는데.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고 변화가 많다. 항상 시나리오를 갖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 급변에 따른)차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신규 지역과 같은 기회 요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예측 기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언론과 정·관계 등 외부와 소통을 강화하려고 한다.”
-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세계적으로 신차 가격도 크게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모두 올라서 차 뿐만 아니라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다. 우리 내부에선 차 가격이 올라간 만큼 고객에게 무엇을 줘야 할까, 어떤 부분에 더 투자를 하고 서비스적으로 더 노력을 해야 할까, 고객이 ‘차값을 더 낸 만큼 뭔가 더 받았다’는 느낌을 들게 할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
- 10년 후를 놓고 무슨 고민을 하나.
“제가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역사를 볼 수밖에 없다. 역사적인 것을 보고, 이렇게 가면 미래가 어떻게 변하겠구나 생각을 한다. 과거 역사를 보고 그 경험을 살려 경영에 많이 접목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