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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가 최근 국내 출시한 대형 SUV ‘타호’를 타봤다. 전장 5350mm, 휠베이스 3071mm에 달하는 차량의 크기가 우선 눈길을 끈다. 키 173cm인 성인이 앉으면 2열 좌석은 무릎 앞에 한 뼘을 약간 넘는 공간, 3열은 주먹 하나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레그룸)이 남는다. 가족 모두가 넉넉하고 편안하게 탈 수 있는 공간이다.

크고 무거운 차라 주행 성능은 굼뜰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운전해보니 딴판이었다. 8기통 6.2L 직분사 엔진은 가속 페달을 밟으면 민첩하게 힘을 낸다. 자연흡기엔진의 매력적인 엔진 사운드가 울리면서 rpm 게이지가 빠르게 올라가고, 10단 자동변속기가 재빨리 변속했다. 최대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kg·m에 달하는 차의 힘이 충분히 느껴졌다. 특히 시속 80~100km 항속 구간에서 차는 안정감 있게 쭉쭉 뻗어나갔다. 차량 내부는 엔진음을 제외한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조용했다.

큰 차는 운전하기 어렵다지만, 타호는 각종 편의 사항을 탑재해 비교적 운전하기 쉽게 만들었다.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룸미러가 있어 후방 상황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4대의 카메라로 차량 외부를 360도 모든 각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도 탑재됐다. 차선 변경 시 충돌 위험이 있으면 운전석 시트가 진동해 경고를 해줬다.

하지만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조장치 버튼 배열 등은 다소 복잡해 동급 경쟁사 차량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공차 중량(2651kg)이 무거운 만큼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 거리는 비교적 길게 느껴진다. 가장 큰 단점은 배기량에 반비례하는 연비. 이 차의 복합 연비는 L당 6.4km다. 1억원이 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동일 플랫폼이 적용됐지만, 가격은 9253만~9363만원으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