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이차전지와 특장차 생산업체인 이엔플러스가 쌍용차 인수를 검토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엔플러스 외에도 이미 인수 의향을 밝힌 쌍방울의 계열사 광림과 컨소시엄 참여를 타진 중인 KH그룹 등 3~4곳이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자금력에서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쌍용차를 인수하려면 인수 대금과 채권 변제액, 운영 자금 등을 합쳐 최소 5000억원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에디슨모터스도 상장사 인수 후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차입하는 방식까지 썼지만 끝내 자금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광림의 경우 지난해 매출 188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 규모 기업입니다. 쌍방울그룹 전체로 봐도 매출이 6321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2조4293억원을 기록한 쌍용차의 4분의 1 규모입니다. 쌍방울그룹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도전했다가 매출 400억원대 골프장 관리업체 성정에 패했습니다. 이엔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553억원을 기록한 중소기업입니다. 이들이 5000억원 이상 자금 조달에 성공하리라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쌍용차 평택 공장 부지 등을 보고 엉뚱한 기업들이 눈독을 들인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평택시 중심부에 있는 쌍용차 공장 부지는 약 85만㎡(약 26만평) 규모로 현재 가치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투기 테마가 된 쌍용차 인수 관련주에 편입해 나타나는 주가 상승도 기업 입장에서 나쁠 게 없습니다. 1000원대 거래되던 광림 주가는 최근 4000원대로 올랐습니다.
쌍용차 내부에선 대기업이 나서주길 바라고 있지만 물망에 오르는 기업들은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법정관리 체제를 유지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인수를 재시도하자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를 위해선 쌍용차에 국민 혈세를 추가로 투입해야 합니다. 에디슨모터스 사태를 한 번 더 겪거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새 정부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