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와 인수 계약을 해지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쌍용차는 2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잔금일(25일)까지 인수 대금 예치를 완료하지 않아 계약이 자동 해제됐다”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1월 계약금 305억원을 내고 쌍용차 인수 절차를 밟아왔지만, 잔금 2743억원을 기한 내에 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 매각은 1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쌍용차는 새 주인을 찾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재매각에 실패할 경우 청산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고용에 심각한 영향이 불가피해 쌍용차 매각 문제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부실 기업 구조 조정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쌍용차·에디슨 계약 파국 … 이유는

에디슨모터스는 작년 10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끊임없이 쌍용차 경영진·협력사·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1월 본계약 체결 조건으로 쌍용차 경영 참여를 요구하며 경영진과 마찰을 빚었다. 지난달 말 에디슨모터스가 마련한 쌍용차 회생 계획안에는 협력사들에 진 빚 5470억원 중 1.75%만 갚는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협력사(상거래 채권단)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쌍용차 노조 역시 “에디슨모터스 자금 조달 능력이 의심스럽고, 인수 이후 추진하겠다는 전기차 기술력이 실망스럽다”며 인수 반대 의견을 법원에 냈다.

에디슨모터스는 함께 투자하기로 했던 강성부펀드(KCGI)가 이런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결국 잔금을 치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이날 “쌍용차를 살리기 위한 전기차 개발에 협업하기로 했지만, 쌍용차 측이 우리 기술력을 믿지 않고 매사에 비협조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에 잔금 납기 연기를 신청했으며, 계약자 지위 보전을 위한 가처분 소송 제기 등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가 승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쌍용차에 이미 지급한 인수 계약금 305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에디슨모터스가 운영 자금으로 빌려준 300억원에 대해서도 쌍용차 측은 “담보 대출이기 때문에 즉시 상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에디슨모터스는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자금력·기술력이 부족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게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분석과 함께, 쌍용차가 정권이 바뀌자 에디슨모터스를 ‘손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입장에선 현 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 산은 등 정부 지원을 받아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앞으로 운명은 일자리냐 시장경제냐

쌍용차는 재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매각 여건이 작년 6월보다 훨씬 개선됐다”고 했다. 개발 여부가 불확실했던 전기차 J100은 6월 말, 중국 BYD와 공동 개발 중인 전기차 U100은 내년 하반기 출시하는 등 전기차 전환 계획이 구체화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데다, 제대로 된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쌍용차는 현재 법원에서 ‘회생 계획 인가 전 M&A(인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는데 기한이 10월 15일까지다. 쌍용차가 주도해 인력 구조 조정 없이 매각할 수 있는 기한이다. 이때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법원이 쌍용차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법원은 ‘회생 계획 인가 후 M&A’ 또는 ‘청산’을 선택할 수 있다. 매각이 실패할 경우 회사가 공중 분해되는 청산은 물론, ‘인가 후 M&A’ 역시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다.

쌍용차 안팎에선 공적 자금 투입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쌍용차 임직원 4500여 명과 부품·판매·AS 협력사 근로자 10만여 명, 이들의 가족까지 총 60만명의 생계가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지난 2017년 이후 누적 적자가 1조1500억원에 달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최소 1조원이 더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일자리냐, 자유시장경제냐”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감원이 이뤄지면 2009년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고 점거 농성을 벌인 ‘옥쇄 파업’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