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 1위를 6년간 지키고 있는 벤츠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판매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주요 소비층인 2049(20~49세) 계층에서 구매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지난달 출시된 벤츠, '3세대 CLS'의 부분변경 모델.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해 차량 7만6152대를 팔았다. 반도체 수급난 등 위기에도 2020년 판매량(7만6879대)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49계층 판매량은 2020년 2만7072대에서 지난해 2만4085대로 줄었다. 경쟁사인 BMW의 2049 판매량이 2020년 2만9419대에서 3만3031대로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벤츠의 소리 없는 위기는 ‘부동의 판매 1위’ E클래스의 부진에서도 드러난다. E클래스는 2019년 3만9468대, 2020년 3만3181대가 판매됐으나 지난해 2만5722대로 판매가 대폭 줄었다. 자동차 업계에선 “E클래스의 고급 이미지는 포르셰에 내줬고 더 젊은 감성은 BMW 에 뺏긴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강남 쏘나타로 불리는 포르셰는 2019년 4204대이던 판매량이 지난해 8403대로 늘었다.

최근엔 2049계층에서 테슬라의 인기까지 더해져 입지가 더 좁아지고 있다. 바퀴 달린 컴퓨터로 불리는 테슬라 차량의 구매를 주도하는 것도 2049계층이다. 인기 모델인 모델3는 지난해 8898대 판매량(법인 판매량 2985대 포함) 중 2049계층이 4060대를 구매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벤츠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던 실내 인테리어에 대해 “직관적인 테슬라에 밀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벤츠는 올해 4분기 E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을 출시해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