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3일 근로자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에 대해 또다시 출국 금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GM 본사가 지난 2일 카젬 사장을 중국 상하이 GM 총괄 부사장으로 발령을 내자 검찰이 하루 만에 출국을 막고 나선 것이다. 임기 3년인 카젬 사장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5년 가까이 한국에 발이 묶여 있다. 재계에서는 “중범죄 사건도 아니고 도주 우려도 없는데, 기업인의 경영 활동까지 막는 것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카허 카젬 사장

한국GM 비정규직 노조는 2018년 근로자 불법 파견 혐의로 회사와 카젬 사장을 고소했다. 한국GM은 부평·창원 공장 내 일부 작업을 하도급 형태로 운영해 왔는데, 본사가 파견 근로자를 직접 지시·감독했다는 것이다. 직접 고용을 피하기 위한 불법 하도급이라는 주장이다. 한국GM과 카젬 사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국GM이 2012년 고용부 우수 하도급 운영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고, 이후에도 고용부 지침에 따라 운영해왔다”고 반박했지만, 검찰은 2020년 7월 한국GM 법인과 카젬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카젬 사장이 출국 금지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2019년 11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내려진 출금 조치는 1년 4개월 동안 계속 연장됐다. 이에 카젬 사장은 “미국 본사와 한국GM 지원 협의를 위해 출장을 가야 하는데, 장기간 출국 금지는 지나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작년 4월 승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 판결에 따라 출금을 잠시 풀었다가 다시 출금 조치했고, 비판 여론이 일자 다시 해지했다.

이번 출금 조치에 카젬 사장 본인뿐 아니라 GM 본사도 매우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젬 사장이 중국법인으로 옮기는 시점은 6월 1일이어서 5월 말까지는 한국에서 근무한다. 또 카젬 사장은 이번 인사 발령 때 “중국에서 일하더라도 한국 법원 재판은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는 입장까지 밝혔다. 한국GM 내부에선 “재판을 회피하거나 도망갈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일찍 인사 발령을 내고 굳이 공개를 했겠느냐”며 황당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1심 재판만 1년 8개월째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법원 3심까지 재판이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젬 사장에 대한 출금 조치가 과거 사례와 비교해서도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1~2006년 9월까지 GM대우(한국GM의 전신) 사장을 지냈던 닉 라일리 전 사장은 같은 혐의로 2006년 12월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후 해외에 근무하며 한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2013년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원 확정 판결이 나기까지 재판은 7년간 이어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판결이든, 합의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데 언제까지 CEO를 붙잡아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러니 다국적기업 인재들이 한국 CEO로는 오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형사 피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출금하지는 않는다”며 “검찰이 노조를 지나치게 의식한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