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90년 만에 GM을 제치고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는 처음으로 판매 순위 5위에 올랐다.

4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233만2000대, GM은 221만8000대를 팔았다. GM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지만 도요타는 10% 증가했다. GM은 1931년 이후 90년간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를 유지하다 처음으로 도요타에 자리를 내줬다.

현대차·기아는 21.6% 증가한 148만9118대를 팔아 혼다(146만대)를 제쳤고, 도요타·미국 ‘빅3′(GM·포드·스텔란티스)에 이어 5위에 올랐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9.9%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986년 현대차가 미국 시장 수출을 시작한 지 35년, 2005년 현지 생산을 시작한 지 16년 만이다.

미국 자동차 판매 성적표는 1년 내내 업계를 괴롭혔던 반도체 수급난에 얼마나 잘 대처했는지에 갈렸다. 도요타와 현대차그룹은 과거 공급망 붕괴로 공장 셧다운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반도체 공급난을 무난하게 대처한 게 결정적인 차이를 냈다는 평가다.

도요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 사태를 한꺼번에 겪은 뒤 주요 부품 1500개를 추려 2·3차 협력사 정보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전선 뭉치) 공급이 끊겨 공장 문을 수시로 닫게 되자, 공급망 관리 체계를 다시 짜고 재고를 늘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는 차를 사려는 수요가 폭증해 누가 먼저 공급하느냐에 따라 판매 실적이 갈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