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속에 숨어 찾기 힘든 주차장, 자리를 비운 주차관리원, 불투명한 요금….

시대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주차 산업이 탈바꿈하고 있다. 도심의 주차장들이 IT를 기반으로 한 첨단 주차 관제 시스템과 모바일 앱 덕분에 편의성이 높아졌고, 전기차 충전소와 차량 공유 공간으로도 변모하고 있다. 모빌리티 산업의 거점으로 주차장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대기업과 IT 벤처기업들이 올해 하반기에만 주차 기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그래픽=송윤혜

SK그룹의 에너지계열사 SK E&S는 지난달 주차 관제 시스템을 제조⋅판매하는 파킹클라우드 지분 47%를 1800억원에 인수하면서 IT 기업인 NHN과 함께 공동 최대 주주가 됐다. 차량 공유 스타트업 쏘카는 지난 10일 주차 중개앱을 운영하는 모두의주차장(법인명 모두컴퍼니)을 지분교환 방식으로 인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이달 초 무인 주차장 운영 업체 GS파크24 지분 100%를 650억원에 인수했다.

통신 기업 LG유플러스도 지난 9월 주차장 운영 전문 업체 하이파킹에 지분 투자를 했다. 1세대 벤처기업 휴맥스가 대주주인 하이파킹은 전국의 주차장을 장기 임대한 후 첨단 시스템에 기반한 무인 운영으로 효율을 높여 수익을 낸다. 지난 7월에는 경쟁사인 AJ파크를 인수, 400여 곳이었던 운영 주차장 수를 600여 곳으로 불렸다.

◇기술이 바꾸는 주차장

주차장의 변신에는 첨단 시스템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주차 서비스는 AI(인공지능)와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차 예측, 대안 주차장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 코엑스 주차장의 경우, 카카오T 주차 서비스 시작 이후 동문 입구로 집중되던 주차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고 혼잡한 코엑스 주차장을 피해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댄 고객이 2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킹클라우드가 판매하는 주차장 관제 시스템은 카메라가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 모바일 앱으로 결제까지 가능하다. 사용이 가능한 주차 공간 정보도 앱에서 제공한다. 주차장을 둘러보지 않고도 빈 공간을 한 번에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킹클라우드의 관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주차장은 전국 4600곳에 달한다.

주차장은 단순 주차 공간을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의 거점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쏘카가 인수한 모두의주차장은 빈 주차면을 공유 차량 이용자들에게 빌려줄 계획이다. 차량 공유는 차량을 반납하고 인수할 공간 확보가 필요한데 이 같은 수요를 노린 것이다. 모두의주차장은 전국 1만8000여 주차면을 제공하고 있다.

◇적자에도 미래 성장 가능성에 배팅

다만 주차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대부분 적자 상태다. 설비와 주차장 확보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주차 시장의 미래 성장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승용차 수는 2011년 1843만대에서 2020년 2436만대까지 늘었다. 차가 계속 늘어나는데, 주차 공간은 쉽게 늘어나지 않다 보니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쓰임새를 찾으면 충분한 부가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국내 주차 시장은 연간 결제 금액만 15조원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라며 “기술 기반의 주차 사업이 수익성은 물론 도시의 주차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장이 전기차 시대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점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에선 전기차 충전기가 깔린 주차장이 아직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수요가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 SK E&S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주차장과 전기차 충전 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전 세계 주차장과 협업해 약 3만개의 전용 충전기 수퍼차저를 설치했다. 수퍼차저는 배터리와 차량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 수집기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