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많은 신차를 주문하면 최소 6개월은 기다려야 차를 인수할 수 있다. 전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완성차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차를 빨리 내 차처럼 타는 방법으로 ‘리스’와 ‘장기 렌트’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리스와 렌트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떤 걸 골라야 후회하지 않을까.
◇렌트는 ‘하허호’ 번호판, 고가 차량은 ‘리스’가 유리
리스와 렌트의 겉으로 보이는 가장 큰 차이는 번호판이다. 렌트는 ‘하·허·호’ 같은 렌터카 번호판이 달린다. 요즘 법인들은 임직원 차를 제공할 때 리스보다 렌트를 선호한다. 리스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차량 전체 비용이 부채로 잡혀 회사 재무제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렌트는 월 이용료만 내면 된다. 이 때문에 ‘하허호’ 차는 기업 임원들이 많이 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 번호판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지는 추세다.
개인 사업자들은 업무용 승용차 구매 시 연 800만원까지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다. 리스든 렌트든 둘 다 비용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 연 800만원 한도가 있기 때문에 이용료를 월 66만원 선에 맞춰, 최대한 계약 기간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렌트와 리스의 또 다른 차이는 보험이다. 렌트는 렌털사의 보험료율에 따라 책정되며, 보험료가 렌트 비용에 포함돼 있다. 개인이 보험을 가입하는 리스와 달리 보험을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대신 이용자의 보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사고 가능성이 높은 운전자라면 렌트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렌터카는 10부제 적용을 받지 않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보험료를 포함한 전체 비용을 따졌을 때, 대부분의 국산차의 경우 렌트와 리스는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6000만원 이상 고가 차량의 경우 수백만원에 달하는 ‘취등록세’가 면제되는 부분이 커서 리스가 유리하다고 한다. 특히 1억원이 넘는 수퍼카 이용자들은 ‘하허호’ 번호판을 꺼려 대부분 리스를 선택한다. 취등록세가 없어 1~2년 타고 타인에게 승계하는 데도 부담이 없다.
리스는 렌트와 달리 계약 기간이 끝나면 차량을 매입해 내 차로 만들 수 있다. 통상 캐피털사들은 계약 3년 뒤 신차 가격의 30% 정도를 잔존가치(잔가)로 보는데, 이 돈을 내면 인수할 수 있다. 렌트와 리스에는 모두 ‘보증금’과 ‘선납금’이 존재한다. 보증금은 계약 만료 시 돌려받는 돈이고, 선납금은 전체 이용료 중 일부를 미리 내는 것이다. 보증금과 선납금을 많이 낼수록 이자 비용이 줄어, 월 이용료가 줄어든다. 보증금 10%, 선납금 20% 정도가 가장 무난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리스는 벤츠 E클, 렌트는 제네시스 G80이 최고 인기
신차 구매 정보를 제공하는 겟차에 따르면, 최근 리스로 가장 인기 있는 차는 벤츠 E클래스, 렌트 인기 1위는 제네시스 G80이다. 각각 월 85만원, 66만원을 60개월 내는 조건으로 이용 가능하다.(보증금 30% 납부 조건) 리스는 캐피털사가 주로 대행사를 통해 영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수료 폭리를 취하지 않는 대행사 영업 사원들을 수소문해 찾아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자동차 플랫폼 업체들(겟차·직카 등)을 이용하면,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영업 사원들을 연결해준다. 롯데·SK 같은 렌터카업체들과 케이카 등은 중고차를 신차보다 더 저렴한 이용료에 장기 렌트해주기도 한다. 겟차 관계자는 “신차 렌트나 리스는 총비용이 현금 일시불 구매보다는 10~20%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가끔 렌터카 업체들이 특가로 확보한 차량을 프로모션하는 행사에선 현금 일시불보다 렌트가 더 쌀 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