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2년 차 미국 신생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주가가 지난 10일 상장 이후 연일 질주하고 있다. 리비안은 15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장중 한때 시가총액이 1440억달러(약 170조원)를 기록하며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테슬라, 도요타에 이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주가는 전날보다 14.9% 오른 149.36달러로 마감해 공모가(78)의 2배에 육박했다. 이날 리비안의 최종 순위는 테슬라·도요타·폴크스바겐·BYD에 이은 5위였다.
리비안뿐 아니다. 또 다른 미 전기차 업체 루시드모터스도 지난 한 달간 주가가 77% 폭등해 글로벌 자동차 시총 9위에 올라있다. 자동차 시총 10위권에 전기차 업체만 4개(테슬라·BYD·리비안·루시드모터스)가 포진한 것이다. 20위권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샤오펑·리오토까지 진입해 있다.
최근 럭셔리 전기차 세단인 ‘에어’ 양산을 시작한 루시드모터스는 14일 피터 롤린슨 CEO가 “지난 3분기 예약이 1만3000대 증가했으며 내년 2만대 차량 생산을 확신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2.2% 상승했다. 테슬라 출신들이 2007년 창업한 루시드모터스는 주행거리 800km 이상, 가격은 2억원에 가까운 최고급 전기차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서학 개미들도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 투자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리비안에 투자했다”며 “대세 종목이 테슬라에서 리비안으로 바뀌는 것 같아 흐름에 올라탔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까지 서학 개미들의 최대 투자 종목 중 하나였던 테슬라의 주가는 최근 일론 머스크가 8조원대 주식을 대량 매도한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장을 통해 10조원의 현금을 조달한 리비안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리비안은 최근 미 일리노이주에 이은 제2 공장 부지를 조지아주에서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해 리비안 관계자들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배터리 장비 업체들과 대량 발주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리비안은 창업자인 로버트 스카린지 CEO가 머스크와 비슷한 카리스마로 아마존과 포드 같은 거물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2018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스카린지를 만난 뒤 감동을 받아 이듬해부터 투자를 단행하고 전기 배송 밴 10만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리비안 지분 20%를 보유 중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가 성공한 모습을 본 투자자들은 아마존과 결합된 리비안의 미래 가치가 테슬라 못지않다는 평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출이 미미한 신생 전기차 업체들의 시가총액이 조 단위 이익을 내는 전통 업체들을 넘어서자 ‘EV(전기차) 버블’ 우려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자에서 대규모 계약 내용이 부풀려진 사실이 알려진 뒤 주가가 폭락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워크호스나 로즈타운모터스를 예로 들며 “현재의 전기차 열풍이 아직 광기 수준에 이르진 않았지만, 조만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언자산관리 대표인 마이클 버리도 리비안을 언급하면서 “시장 투기가 1세기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닷컴 버블 때보다 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