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에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 '유럽 수출 5만호' 기념 차량이 전시돼 있다. XM3는 올해 주력 시장인 유럽 28국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한 후 르노삼성 자동차의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로라 기자

9일 부산 강서구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라인. 6㎞ 길이 컨베이어벨트에는 유럽 수출을 앞둔 SUV(스포츠유틸리티 자동차)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가 1m 간격으로 정렬돼 전진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빠르게 다가가 차량 디스플레이·운전대와 같은 부품을 조립했다. 5만6000㎡ 면적(약 1만7000평)의 조립 라인에는 자동 카트 224대가 쉼없이 이동하며 부품을 실어 날랐다. 공장엔 곳곳에 ‘세계를 장악할 아르카나!’ ‘정복하자 유럽 시장!’과 같은 문구가 걸려 있었다. 생산 라인 직원 정재원(49)씨는 “XM3가 지금처럼만 팔린다면 회사가 부활하는 게 꿈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일감 절벽’ 위기에 직면했던 르노삼성 부산 공장이 요즘 활력을 되찾았다. 공장이 분주해진 것은 최근 2~3개월 사이의 일이다. 르노삼성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로그 생산 계약이 2019년 만료되면서 지난해 내내 공장을 놀렸고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로그 후속으로 생산을 시작한 XM3가 최근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당초 올해 3만대 수출을 예상했던 XM3는 이번 달 누적 수출 5만대를 돌파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만들기만 하면 다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올해는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

9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조립 라인에서 한 직원이 차량에 부품을 끼워 넣고 있다. /르노삼성
이 공장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엔 '세계를 장악할 아르카나(ARKANA·XM3의 수출명)'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오로라 기자

어깨가 처졌던 직원들도 달라졌다. 일감이 없던 작년 빈자리가 많았던 구내식당은 이날 점심시간엔 대부분 차있었다. 조립 라인에서 근무하는 최성한(46)씨는 “작년 2주 연속 출근을 못 할 때는 아이들 학원비가 부족할 정도로 벌이가 줄었지만 지금은 월급이 늘어 ‘아빠가 외식 쏠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조영성(42)씨는 “극심한 실직 불안을 겪어보니 일단 차를 차질 없이 만들어 파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매년 파업을 했지만 내년엔 참여를 해야할지 고민된다”고 했다.

부산 공장은 활기를 되찾았지만 아직은 평일 잔업, 주말 특근을 할 정도는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품귀 사태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28만㎡ 규모의 완성차 대기장은 전체의 35%(5300대)만 차 있었다. 이정국 상무는 “부품난이 해소된다면 생산량이 크게 늘어 내년엔 과거 닛산 로그처럼 연 10만대 이상 수출도 기대해볼만 하다”며 “지난해 11만대에 그쳤던 부산공장 생산량이 20만대 이상이 되면 2015~2018년 전성기처럼 수천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오로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