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가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 친환경차 자국 내 생산을 촉구하는 미 바이든 정부의 기조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도요타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약 3800억엔(약 3조93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2025년 가동되는 이 공장에선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먼저 생산하고, 이후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도 추진한다. 도요타는 새 공장을 통해 175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며, 새 공장의 위치나 생산 능력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현재 미국 내 하이브리드·전기차 판매 비중을 현재 약 25%에서 2030년엔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도요타 발표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미국 빅3(GM·포드·스텔란티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기업과 합작 형태로 공장을 짓는 것과 달리, 도요타가 100% 지분을 가진 자체 공장을 짓는다는 것이다. 삼성SDI나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배터리 전문 회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배터리 제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도요타는 1997년 하이브리드차(프리우스)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당시부터 배터리 기술을 내재화해왔다. 1996년 도요타 60%, 파나소닉 40% 지분 비율로 합작사(PEVE)를 설립해 배터리를 개발했고, 2010년 합작사 출자 비율을 도요타 80.5%까지 늘리며 기술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갔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 수준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도요타는 지난 9월 자동차 배터리 증산과 연구 개발을 위해 2030년까지 총 1조5000억엔(약 15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판매 전략을 갖고 있는 도요타가 언제든 전기차 판매를 급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요타는 내년부터 순수 전기차 ‘도요타 BZ’를 출시하며 2030년에는 전기차를 연간 200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도요타는 내연기관차는 하이브리드차로 거의 대체하고, 전기차는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