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9일 노사 상생형 일자리를 내건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생산한 경형 SUV ‘캐스퍼’를 출시했다. 이는 지난 2002년 현대차가 아토스를 단종시킨 이후 19년만에 선보이는 경차다. 사전예약 시작 열흘만에 올해 생산목표(1만 2000대)의 2배 수준인 2만 3766대가 예약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캐스퍼는 어떤차일까. 지난 27일 경기도 용인 ‘캐스퍼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캐스퍼를 먼저 만나봤다.
캐스퍼의 첫 인상은 ‘상상했던 것 보다 커보인다’는 것이었다. 국내 자동차관리법상 경차 규격은 배기량 1000cc 미만에 길이 3600mm, 폭 1600mm, 높이 2000mm를 넘어선 안된다. 이 때문에 실제 캐스퍼의 차 길이는 3595mm, 폭은 1595mm로 경쟁 차종인 레이와 같다. 하지만 박스형 외관에다 작은 바퀴를 지닌 레이와 다르게 소형 SUV를 살짝 축소한 것 같은 외관 덕분에 “이게 경차야?”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게 된 것이다.
실내로 들어서자 디지털 계기판과 8인치 크기의 컬러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현대차의 상위 차급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내장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를 캐스퍼에서도 대부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대는 엎어진 D자 모양의 설계였다. 최근 유행하는 ‘차박’에 캐스퍼를 활용하며 앞좌석을 앞으로 넘길 때 운전대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시동을 걸고 실제 도로로 주행해 나가봤다. 박스형으로 양옆 시야에서 가려지는 ‘사각지대’가 있는 레이와 달리 캐스퍼는 일반 SUV 차량처럼 시야 확보가 쉬웠다. 이 차량에는 차선유지·앞면과 양옆 충돌 방지 기능이 적용돼 있다. 주행중 차선을 바꾸려 하면 사이드 미러에 있는 느낌표 표시등이 빨간색으로 켜지고, ‘삐삐’거리는 경고음이 나오는 것이다. 주행 질감은 부드러운 편이며, 정체된 구간에서 급제동을 해야 할 때도 브레이크가 신속하게 먹히는 느낌을 받았다. 차선을 바꾸기 위해 급가속을 할땐 ‘웅’하는 엔진음과 함께 속도가 시원하게 올라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경차가 지닌 한계가 뚜렸했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릴 경우 풍절음이 꽤 크게 들리는데다, 차체의 흔들림도 느껴졌다. 차선 옆으로 대형 트럭이 빠르게 지나가면 덜컹거리는 현상도 다른 경차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현대차는 캐스퍼에 스마트 운전보조 시스템인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추가해 다른 경차와 차별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실제로 써보니 교통 체증 없이 뚫여있는 길에서는 확실히 운전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냈다. 전방에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이 있어도 이를 잘 감지해 운전 속도를 줄여주고, 내가 정해둔 속도로 차선을 지키며 주행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스마트 크루즈 기능은 정체 구간에선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다. 차량 운행속도가 0km에 수렴하면 자동으로 스마트 크루즈 기능이 해제되기 때문이다. 상위급 차량이 멈췄을때도 운전 보조 시스템을 해제하기 않고 알아서 출발해주는 것을 고려하면 2% 부족한 스마트 기능인 셈이다.
한편 실내 공간은 레이 보다는 다소 작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 거리는 레이가 캐스퍼보다 살짝 긴 편이다. 직접 뒷좌석에 앉아보니 164cm인 기자는 어느정도 공간이 남았지만, 키가 큰 남성은 무릎이 앞좌석에 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