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의 승용차 판매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레저용 차량(RV)의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승용차에서 RV로 넘어간 셈이다.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세단·해치백 등 승용차 모델 판매(3만1179대) 비율은 33.9%로 양사가 합병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 반대로 SUV·미니밴 등 레저용 차량(RV·4만4055대)의 판매 비율은 47.9%로 역대 가장 높았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로 봐도, RV 판매 비율은 41.5%로 승용차 모델(40.6%)보다 높았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현대차그룹에선 올해 처음으로 RV 판매량이 승용차 판매량을 넘어선다.

지난 수년간 SUV 인기가 이어져 온 데다, 최근 승용차 판매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쏘나타·아반떼 판매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엑센트·i30 등 소형 승용차는 이미 단종됐다. 7~8월 세단을 주로 만드는 현대차 아산공장이 전기차 설비 설치로 가동을 멈춘 것도 올해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아이오닉5·EV6 등 전기차를 포함한 최근 신차도 RV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차박’(자동차+숙박) 등 레저 수요가 크게 늘었고, RV 차량의 선택 폭이 넓어진 것도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